바에서 십분 거리에 영지의 자취방이 있었다.
일영과 영지는 다급히 서로의 옷을 벗겼다.
그는 그저 이 순간에만 집중하려 애썼다.
사람의 체온과 쾌락 안에서 허우적대며 모든 걸 잊고 싶었다.
들뜬 영지가 그의 목을 껴안고 등에 손톱 자국을 남길때, 그는 자기 혐오를 지우려 애쓰며
그 순간에 빠져들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환영들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일라가 피투성이가 되고 있었다.
아이가 울부짖고 있었다.
일영의 어깨는 떨렸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영지 위로 쓰러졌다.
아저씨.. 아저씨 제발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그래, 그래.
여기서 나가자.
우리 여기서 나가자.
그는 아이의 손을 잡고 창고를 나오려 했다.
그 순간, 땅이 꺼지며 둘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살려주세요!"
아이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영은 식은땀을 흘리며 인기척에 눈을 떴다.
옆 탁상시계를 보니 7시였다.
영지는 토스트 하나를 굽고 있었다.
헝클어진 곱슬머리의 그녀는 그를 슬쩍 보고 말을 걸었다.
" 음, 일어났어요?"
그는 잠을 다시 청하기도 싫어서
그저 눈을 뜬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방을 둘러보았다.
천장에 영화 포스터 몇 개가 붙어있었다.
" 다 리오넬 뒤퐁 감독 거에요."
그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 영화 좋아하나 봐요."
" 난 영화 칼럼니스트에요. 보고 싶은 장르 있으면 추천해 줄게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일영은 자신이 누워있는 방의 크기를 확인하고 칼럼니스트가 돈이 되는 직업은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침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작은 화장실과 옆에는 두 걸음이면 현관인 작은 공간이 끝이었다.
그녀는 침대로 걸어가 일영을 바라보고는 휴대폰을 건냈다.
그녀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제 좋았는데, 연락하고 지내요."
일영은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은 있어도 이런 관계에는 익숙치 않았다. 그는 번호를 찍어서 영지에게 줬다.
그는 잠시 후 영지의 집 밖으로 나와 가족들이 있는 부모님의 집으로 향했다.
' 하일영 완전히 갈 데까지 갔구나..'
순간에 자신을 놓지 못하던 어젯밤의 자신이 생각나서 한숨을 쉬었다.
'금을 쥘 수 있다 해도 내 손에 닿으면 잿가루로 변하겠지..'
그는 힘없이 터덜터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