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라는 세월은 화살처럼 빨리 흘렀다.
일라와 일영도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날씨가 화창한 어느날 규호는 일라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청혼을 했다. 일라는 웃으며 승낙했다.
" 오빠! 나 결혼한다!"
일라의 들뜬 목소리가 일영에게는 잔인하게만 들렸다. 그는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던가.
그는 애써 자신을 추스리고 핸드폰을 주워,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나서 방문을 걸어잠그고
수면제 통을 꺼냈다.
알약 몇 개를 입에 털어넣고 물을 마신 후 그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죽음같은 잠에 빠져 모든 걸 잊고 싶었다.
몇 시간 후 그는 일어나서 영지가 있는 바로 향했다.
바에서 영지는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 안녕."
고개를 돌아봤을 때는 일영이 힘 없이 그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 오늘은 그냥 술만 마셔도 될까?"
" 뭐, 그래."
영지는 그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 넌 볼 때마다 힘겨워 보여."
" 내 동생이 쓰레기랑 결혼하려 해."
그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영지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 그럼 말려야지, 왜 여길 왔어?"
일영은 할 말 없다는 듯 입을 다물고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를 곁눈질하고 입을 떼었다.
" 누가 누구에게 조언을 하는 거냐.. 나도 인생 복잡한데..힘들면 이혼하겠지."
' 넌 아무것도 몰라.'
그녀는 그를 흘끔 보고 말을 이어나갔다.
"너 내가 본 사람 중에서 제일 조용한 것 같아. 엄청 내성적이야."
" 나도 원래 이러진 않았어."
누군가에게 말대꾸한 것도 몇년 만이었다.
일영은 스스로에게 놀라 잠시 말을 멈췄다.
"조용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어."
영지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 잔에 술을 더 부어줬다.
"더 마시고, 더 말해봐."
일영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