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2년이라는 세월이 더 흘렀다. 일영은 여전히 자책을 하면서 방관을 했고, 일라는 딸아이를 낳았다.
물론, 그 아이를 낳기까지의 과정은 일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로 했다.
그들의 첫날 밤, 그녀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규호는 평소에는 너무나 다정한 사람이었으나,
잠자리에서는 마치 의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듯한 몸짓이었다.
그와 그녀는 눕고 서로의 옷을 벗기고
행위를 시작했으나, 일라가 본 그의 표정은 너무나 차가웠다.마치 관계가 그에게 많은 감흥을 주지 않는 듯이..
침대가 삐걱대는 소리와 그의 냉혹한 표정은 어딘지 모를 섬뜩함을 자아냈다. 그녀는 애써 눈을 감고 그의 얼굴을 보려하지 않았다.
일라는 그 때가 처음이 아니어서, 이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들은 적어도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거나 들떠 있는 표정이었다. 반쯤은 그들의 환영을 보면서, 반쯤은 감은 눈으로 아침은 찾아왔다.
다음날 아침, 규호는 예사 그 밝은 미소로 일라를 맞았다. “아침 나가서 먹을래요?”
그녀는 약간은 벙찐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규호는 그녀의 그런 의심을 짐작하듯, 자신의 식판에 있는 스테이크를 썰어 전부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많이 먹어요.”
그는 그녀에게 고기를 한 점 한 점 넘기며 웃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먹기 시작했다.
일라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으나, 이번만은 넘어가고 싶었다. 원래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편한 대로 해석하는 동물이라, 다정다감한 남편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의 착각이라 생각하는 것이 편했다.
생각보다 임신 소식은 빨리 찾아왔다.
몇 달이 지났고, 일라는 아이를 낳았다.
산고 끝에 아이는 건강하게 나왔고,
일라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딸아이를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저 이름 생각해놓은 거 있어요.”
일라는 미소 지으며 규호에게 말했다.
그는 사실 아이에게 별 관심이 없어서 적당히 들어주는 척을 했다.
“채영이 어때요?”
“이름 예쁘네요.”
최채영. 사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성과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성과 이름이 함께 불리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고 그는 일라가 아이의 이름을 거북이라 지었어도 상관 없을 정도로 무관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