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몰랑 일기 248
부모라는 건 정말 피곤해
아이의 이름을 정했다. 그것도 시어머니가 철학관에서 받아온 5개의 이름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받아온 이름들 중에 고르고 고른 것이다. 수차례 발음해보고, 평소에는 찾지도 않던 이름풀이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남편과 순위를 매겨서 일치하는 이름으로 짓기로 하였다.
첫째 아이 이름도 카톡으로 각자 생각하는 우선순위 이름을 보내서 정했었다. 나는 조리원, 남편은 집이다. 새벽 3시까지 통화하며 고른 이름들 중에 드디어 나의 1안과 남편의 2안이 일치해서 이름을 짓게 된 것이다. 동사무소로 남편을 보내고 엄마에게 이름을 정했다며 카톡을 보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의 답장이 온다. 이름 중간에 불용 한자가 있다며 좋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은 동사무소에 이름을 등록했다며 카톡이 온다. 그래서 중간 한자만 급히 찾아보니 여자에게 사용할 경우 아주 안 좋은 삶을 산다는 해석이 있다. 이름 전체 해석만 찾아봤었는데, 불용 한자를 피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을 못했다. 물론 불용 한자라는 말도 처음 들어봤고.
다행히 당일에 신청한 이름은 당일날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시간은 오후 3시를 넘어 4시에 가까웠다. 그래서 처음 이름을 정할 때 남편의 1안이었던 이름으로 짓기로 한다. 이번에는 부모님께 먼저 한자를 보여준다. 좋다며 카톡 답장이 온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동사무소에서 남편은 아이의 이름을 바꿨다. 기분이 좋지 않다. 밥맛이 뚝 떨어져 버렸다. 최악을 피해 선택한 그 이름도 또 어떤 단점들이 있었다. 최고의 이름 따위는 찾기도 힘들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악만은 어떻게든 피하는 것이다.
최악을 피해서 선택한 적당히 나쁜 그 이름을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앞으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도 '이름을 바꿔서 이 정도라 천만다행이다'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 허투루 지은 이름은 없을 것이다. 허투루 사는 삶도 없고.
그 허투루 짓지 않은 이름을 가진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부유하고, 평화롭게 사는 건 아닐 테지. 애써 입에 붙지 않는 그 이름을 계속 발음해본다. 딸들에게 좋은 엄마는 되지 못해도 최악의 엄마만은 되고 싶지 않다.
나름대로 신경을 곤두세운 날이라 그런지 피곤이 몰려왔다. 오랜만에 잠자리에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원래는 일기를 쓰지 않으려 했는데 글이라도 써보면 마음이 풀리지 않을까... 해서 적어봤다. 그래도 여전히 딸들에게는 미안함이 사라지지 않고, 아이들과 관련된 앞으로의 선택들에 자신이 없어진다. 누군가가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해줘도 그때뿐이다.
좋은 엄마가 되는 길보다는 최악의 엄마를 피하는 길이 내게는 걷기에 훨씬 편하다. 물론 그 최악이라는 기준도 상대적인 것이겠지만 말이다. 나 스스로의 일을 결정하는 것에 자신이 생겨 이제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부모라는 타이틀은 그 보다 더 큰 중압감이 있다. 어른에서 부모가 되는 길은 아직도 멀고도 험한 것 같다.
부모라는 건 정말 피곤해.
나는 쉬엄쉬엄 천천히 걸어가야겠다.
아몰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