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떠올랐어요.
개인적으로 예술적 재능은 타고난 부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노력을 통해 재능을 발전시키고 다듬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도 기본적인 밑바탕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작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이 '예술의 영역'에서 이름을 떨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리사는 20여년 간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다. 반복되는 유치원 일과 속에서 그녀의 숨구멍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시'. 평생교육원에서 수업을 들으며, 훌륭한 시를 쓰고 싶다는 열망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의 시는 도통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때, 그녀의 반 학생 중 한 명인 지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듣게 된 리사는 곧 그것이 시라는 사실을 깨닫고 지미의 시를 받아 적는다. 수업에서 지미의 시를 발표하자 처음으로 긍정적인 코멘트를 듣게 된 그녀. 그 때부터 그녀는 지미의 시적 재능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지미의 주변 사람들은 지미를 그저 평범한 아이로 키우기를 원하고, 그녀는 그런 환경 속에서 점점 자신의 재능을 잃어 갈 지미를 걱정한다. 지미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고 마는데...
나 또한 한 때 예술의 영역에 몸담고 싶다는 꿈을 꾸었던 적이 있었다. 사실 예술이라 거창하게 말하기는 뭐하지만,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작품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창작에는 딱히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미 시장에 나온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여 소화시키는 것은 가능했으나, 직접 시작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속 리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동경하는 무언가,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만났을 때, 그것을 제일 처음 알아보았다는 기쁨과 그 재능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욕망. 이는 진심으로 무언가를 사랑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 않을까?
영화는 그녀가 소중하게 여기는 지미의 재능을 알아보는 이가 단지 그녀 뿐이라는 점에서 갈등을 맞이한다. 어떻게든 지미의 영감을 통해 더 좋은 시를 이끌어내는 것만으로도 부족한데, 지미의 주변 사람들은 그저 지미를 어린 아이라고만 생각한다. 시적 재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을 시키기는 고사하고 그저 평범하게 살기만을 바라는 상황에 크게 좌절하고 마는 리사. 나는 이 부분에서 재능이란, 단지 한 사람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능은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날 때, 비로소 '재능'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즉 리사가 지미의 능력을 알아보았기 때문에, 지미의 혼잣말은 '시'로서 재탄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니 자신과 같은 눈으로 지미를 바라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소중한데, 다른 사람들은 별 거 아니라며 무시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속이 타고 얼마나 답답할지를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리사 역시 지미를 이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미에게 그녀 자신이 쓰고 싶은 시를 요구하는 모습들이 보여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구를 위해 지미를 이용하고는 그저 '이 모두는 지미를 위한 것'이라는 말 뒤에 숨었던 것은 아닐까? 뭐- 그렇다 할지라도 그녀가 진심으로 지미를 존중하고 사랑했음은 분명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지미를 그저 그런 어린 아이가 아닌, 진정한 한 명의 시인으로서 인정했기에 돌발 행동에도 협박이 아닌 수용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차 안에서 또 다시 시가 떠오른 지미는 '시가 떠올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에 관심이 없다. 지미는 다시 한 번 '시가 떠올랐다' 말하지만, 역시나 그 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결국 재능이라는 것은 그것을 알아봐주는 사람과 함께일 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전달해주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리사가 없는 지미는 더 이상 시인이 아니다. 그저 5살짜리 꼬마일 뿐인 것이다. 따라서 나는 감히 그녀가 조금만 욕심을 줄였더라면, 지미의 좋은 스승이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분명 '세상이 지워버리기' 전, 지미의 재능을 지켜줄 수 있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89927-the-kindergarten-teacher?language=kr-KR
- Critic: AA
- 사진 출처: Naver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