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 물러남에 대한 헌사를 이다지도 처절하게, 그리고 뭉클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울컥하면서 눈물이 났던 장면이 두 장면이 있었는데 하나는 찰스 교수가 오열하며 자신이 저지른 과거를 기억해내는 장면과 울버린으로서의 최후의 전투 장면, '나이듦과 사라짐에 대한 회한'이 담긴 장면과 '아끼는 존재를 위해 모든 걸 내던지는 처절함'이 담긴 이 두 장면은 극중 내내 지속되면서 점차 고조되던 두 감정들이 폭발하는 장면이었다. 지구에서(원작상으로는 거의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치매에 걸려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어버린 찰스교수, 국경지대의 허름한 공장에서 그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물론 찰스를 스스로를 붕괴시켜 버린 과거로부터도 지켜주고 있는 로건, 이 둘은 우리가 계속 봐왔던 엑스멘의 수퍼히어로가 아닌 하루하루 죽어가는 자신과 싸우며 서서히 지쳐가는 존재들이다. 힘을 잃어간다는 것, 죽음과 가까워진다는 것, 그래서 물러난다는 것을 두 사람의 우정과 행보를 통해 덤덤하면서도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로건이 '여기는 옆에 호수도 있고...' 하는 장면은 그냥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만드는 장면.
직접적이든, 유사한 관계이든 자비에르와 로건, 로건과 로라, 잰더 박사와 X-23 등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를 관통하는 관계인 '부정'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다른 축이다. 기억을 잃고 세상에 버려진 로건(울버린)에게 가족과 보금자리라는 곳을 제공하여 잠시나마 안식을 제공해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자비에르, 로건의 유전자로 만들어져 말그대로 '핏줄이 당기는' 로라 등은 마치 3대의 치열한 로드무비를 보는 듯하다. 17년간 어느 누구에게도 쉽사리 정을 주지 않고, 그가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이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두려움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던 울버린이 느꼈던 '이런 기분'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모든걸 바친 기분을 비로소 느꼈다는 감상이 아니었을까.
영화를 보면 상당히 설명히 필요한 부분들이 있는데, 하나, 뮤턴트들은 왜 갑자기 멸종했지? 둘, 로건은 왜 힐링팩터를 잃고 늙어간 것일까? 등이다. 이걸 영화의 내러티브를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 관객들에게 이해시킬지 살짝 궁금했는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가서 상당히 놀랐다. 이야기의 만듦새가 가지는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기도 했고.
전작들은 비판도 있었지만 확실히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울버린 프랜차이즈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생각한다. 일본관광청 공식 영화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 더 울버린 ]도 사실은 <울버린 : 일본사가>의 내용을 상당히 잘 녹여내었거든. 물론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의 대책없음은 라이언 레이놀즈에게 25년 정도는 욕을 얻어먹어도 할말은 없지만... 본인의 장기인 '서부영화의 화법', '로드무비', '하드한 영상'을 유감없이 발휘한 듯. 개인적으로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 The Call of Duty> 게임광고를 참 좋아하는데, 감독이 뭘 잘하는지를 바로 알 수 있게 해주는 광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