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께서 무려 10 스달을 걸고 대회를 열어주셨어요.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이제야 아슬아슬하게 글을 올리게 됐네요. 죄송합니다. -_-;;
대회 주제는 "고등학교 시절의 취향"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취미, 취향, 좋아했던 것들에 대해 써주시고 태그 중 하나에 myhighschoolobsession 을 포함시키면 되는 건데요. 음, 제 고등학교 시절이라... 타임머신을 타야겠군요.
안전벨트 잘 매세요.
조이님의 글을 읽고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봤다. 고등학교 시절 난 무엇을 좋아했을까? 너무나 먼 옛날이라 기억을 끄집어내는데 좀 시간이 오래 걸렸다. Guns N' Roses, Skid Row, Extreme, 신승훈, 이승환, 015B, 봄여름가을겨울, 동물원, 서태지와 아이들, 무한궤도(마왕... ㅠ.ㅠ), 뉴키즈 온더 블록...
난 이들의 노래를 좋아하고 즐겼지만, 음반을 사서 모은다던가 콘서트에 간다던가 하는 일반적인 덕질은 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다른 종류의 덕질을 했다. 조금은 특이한.
특이한 덕질 하나. 영어 번역
요즘은 외국 배우나 가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가 쉽지만 내가 고등학생일 때는 그게 매우 어려웠다. 어쩌다 좋아하는 외국 연예인의 기사가 난 외국 잡지를 구하게 되면 그걸 학교에 가져와 모두가 돌려보곤 했다. 우리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사진만 보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나는 궁금해졌다. 이들은 잡지 속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까?
일단은 잡지에서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기사가 실린 부분을 복사했다. (잡지를 빌려가고 싶었지만, 소중한 잡지를 집에까지 가져가도록 빌려주는 친구는 없었다) 그 후에는 영어사전을 옆에 끼고 단어를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기사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노래에 대한 포부, 미래에 대한 계획,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 기사와 인터뷰를 해석하면서 나는 그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 내가 기사를 해석한다는 걸 알게 된 친구들은 내게 부탁을 해왔고, 난 기사뿐만 아니라 팝송 가사도 해석해서 주곤 했다.
그들의 기사를 더 잘 해석하고 싶고, 인터뷰 영상을 잘 알아듣고 싶어서 대학에 가게 되면 꼭 영어학원을 다녀야지 결심했다. 노래 가사를 해석하기 위해 영어학원에 다니고 싶다는 애는 너 밖에 없을 거라고, 친구들은 장난 삼아 말했다.
이 덕질 덕분에 영어를 전보다 훨씬 좋아하게 됐다.

특이한 덕질 둘. 소설 쓰기
쳇바퀴 돌듯 답답한 일상,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이런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 상상 속으로 도망을 가곤 했고, 그 상상 속에는 연예인들이 있었다. 연예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하던 나는 그걸 종이 위로도 옮겨보고 싶었다.
그래서 소설을 썼다.
'팬픽'이라는 단어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던 그때, 나는 연예인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을 썼다.1) 내용은 공책 1권을 차지할 정도로 꽤 길었다.
처음엔 나 혼자 만족하기 위해 썼었는데 곧 주변 친구들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야자시간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공책에 글씨만 줄곧 써 내려가는 게 궁금했던지 옆에 있는 짝꿍이 물어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단 들켜버리자 그 공책은 내 손을 떠나 반 아이들에게로 넘어갔다. 허접한 소설이었지만 연예인이 나오니 아이들은 재미있어했고, 내게 폭풍 칭찬을 해줬다.
친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두 번째 소설2)도 집필했다. 두 번째 소설은 채 탈고하기도 전에 아이들이 돌려보는 바람에 한 챕터 쓰고 돌려 읽고, 한 챕터 쓰고 돌려 읽기를 반복했다. 다음 장을 쓰기 위해 공책의 행방을 물어보면 나도 모르는 다른 반 아이가 읽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친구들은 내게 이다음에 유명한 작가가 되어 꼭 책을 내라고, 서점에서 네 책을 보면 좋겠다고 말을 해줬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책은 아무나 쓰나. 내가, 써도 되나?

특이한 덕질. 어쩌면 나를 발견한 시간
대학에 간 후, 나도 남들처럼 진로에 대해 꽤 오랜 시간 고민했다. 전공과 연관된 직업이 좋을지, 내 적성은 뭔지, 시험을 보는 게 좋을지, 대학원에 가는 게 좋을지. 시행착오를 하기도 했고, 도전했다 포기하기도 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길은 영어를 공부하고, 영어를 가르치는 글을 쓰고,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고등학교 그 시절은 진정한 나를 발견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모든 걸 잊고 행복해할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영어'를 공부할 때와 '글을 쓸 때'였다는 걸, 고3 스트레스에 억눌려 있던 나는 뿌리가 물을 찾아가듯 본능적으로 찾아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돌아 돌아 지금까지 왔다.
책과 영어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뱀발들
- 첫 번째 소설: 뉴키즈 온더 블록이 주인공이었다. 가수들이 미국 사람이니 배경도 미국. 미국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시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엉망이었을 거다. 뉴키즈 멤버 중 한 명이 한국인 입양아와 알콩달콩 연애하는 이야기.
- 두 번째 소설: 서부시대 보안관의 딸. 아빠를 도와 곧잘 악당들과 싸우기도 했던 딸은 보름달이 뜬 밤 살인범을 뒤쫓다가 그만 현재로 시간이동을 하게 된다. 그녀는 우연히 뉴키즈 멤버 중 한 명을 만나게 되고, 시간 여행 소재의 이야기가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거치며 서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을 확인한 순간 자신이 뒤쫓던 악당도 현재 시대로 같이 왔으며, 그가 여기에서도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그녀. 그녀는 악당을 잡아 다시 서부시대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왠지 어디선가 한번은 본 듯한 플롯이긴 하지만, 진짜로 고 3 시절 야자시간에 틈틈이 썼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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