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의 직장은 Amsterdam Central 역에서 한정거장 전인 Amsterdam Sloterdijk 이다.
둘 다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사람 많은 도시보다는 한적한 동네가 좋다.
게다가 암스테르담 방세는 입이 벌어지게 비싸다.
영국서 떠나기 전에 네덜란드 부동산 사이트를 하루 종일 검색했다.
단 직장과의 출퇴근 시간이 1시간으로 가능한 지역 내에서 방을 검색했고 몇 군데 집 보기(viewing) 날짜 예약을 잡았다. 처음으로 뷰잉에 나선 동네는 베이습(Weesp)라는 동네인데 암스테르담에서 4 정거장 떨어진 곳이다.
네덜란드는 자전거 주차대란이 있다고 하던데 이해가 되는 풍경이다.
역에서 내려 출구로 나오자 수십대의 자전거가 주차되어 있었다. 너무 많아서 아무렇게나 주차된 걸로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2층 구조로 질서 있게 주차되어 있었다.
Weesp은 조용하고 아담한 크기에 아기자기한 동네였다. 물의 나라답게 도시 중심부에 있는 운하 주변으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산책길의 벤치에 앉아 하이네켄을 마시는 할아버지도 볼 수 있었다. 시내를 둘러보고 나서도 예약 시간이 남아 연못 옆 벤치에 앉았다. 청둥오리 몇 마리가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단이 자꾸 ‘두두두두’ 하며 청둥오리의 날갯짓 소리를 흉내 냈다. 주변 잔디밭에 까마귀가 흙을 파고 있었다. 까마귀는 불길한 새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영국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까마귀가 많다. 온통 검은색인 까마귀는 볼수록 매력적이다.
첫 번째 집은 4층짜리 아파트의 4층이었다. 초기 비용이 넉넉지 않기에 풀옵션인 집을 위주로 예약했는데 집안은 휑했다. 알고 보니 가구와 가전제품이 없는 집(Unfurnished)이었다. 가구가 없는 걸 감안하더라도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과는 많이 달랐다. 보자마자 깜짝 놀랐던 사진 속 벽에 걸려있던 대형 십자가도 없었다.
저녁 먹고 나서 다시 시작된 집 검색.. 와인과 함께라면 외롭지 않아..
예약했던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 가구 옵션을 다시 확인했더니.. 두 번째 집도 Unfurnished 였다..
단이 기대를 많이 했던 모양인지 실망과 자책을 과할 정도로 해 좀 당황했다.
두 번째 집은 사진으로 보고 둘 다 반해 뷰잉 날짜도 앞당겨 조정한 집이었다. 우리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가구와 구조의 집이였는데..Unfurnished 라니… 시간이 좀 남아 집 앞에서 중개인을 기다렸다. 우리는 집을 보기도 전에 이미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이 동네는 너무 작아, 술집도 별로 없고, 금방 지루해질거야.
그래 은퇴하고 나서 살기 좋은 동네 같다야..
근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절대 지각하는 법이 없다고 그러던데 10분이나 늦네 이양반..
아냐 우리 너무 일반화하지 말자.
그래.
빨간 자전거를 타고 중개인이 도착했다. 굉장히 쾌활하고 농담을 잘하는 분이었다. 집은 너무 좋았다. 오븐 외에 아무것도 없어서 그렇지.. 이 텅 빈 집을 무슨 돈으로 채울 수 있을까?
좀 우울해져 계단을 내려왔다. 중개인은 집을 보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야?라고 물어봤다. 단은 오븐이라 했고, (오븐 속에서 잘거냐?) 나는 당연히 방세지.. 라고 생각만 하고, 너무 없어 보일까봐 직장과의 거리라고(아직 잡도 없는데) 말했다.
첫 뷰잉이 끝난 오늘은 수요일, 단의 출근은 다음 주 월요일.
이번 주 안으로 집을 구하는 게 목표인데..
방을 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