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5월보다는 워킹맘 생활에 몸이 적응을 조금 했는지 스팀잇에 들어오는 횟수도 잦아졌고...
벼르고 벼르던 '언어의 온도' 도 읽었다.
마음 깊숙이 꽂힌 언어는 지지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위안을 얻어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경하던 중하던 아픈 사람들은 치료도 필요하지만 위안도 필요하다.
내가 전하는 따뜻한 온도를 가진 언어가 환자들에게 위안이 되는 꽃이 되길 바란다.
직업은 못 속이나보다.
책의 목차중에 "더 아픈사람" "말도 의술이 될 수 있을까" 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사실 목차 중 젤 처음이다.)
더 아픈 사람
아픈 손자를 데리고 지하철을 탄 할머니를 본 작가.
자기가 아픈걸 어찌 그리 잘 아느냐라는 손자의 질문에
작가가 생각했던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라거나 "할머니는 다 알지" 같은 식의 대답을 나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건, 더 아픈사람이란다...
라고 대답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환자들이 오랜기간 입원을 하게 되면 (예를 들자면 재활 환자, 암환자) 나름 연대가 끈끈하다.
간호사 의사들이 아무리 그들의 증상과 상태, 치료법 등을 그들보다 잘 안다하더라도... 아파보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히 그들이 느끼는 고통을 알 수가 없다.
아프다 하면 진통제를 처방하고, 통증이 완화되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동원하여 그들의 통증을 감소시켜 주려한다.
하지만 무엇인가 겉도는 기분이 드는건 그들의 마음의 통증까지 그런 약이나 대증 요법들로 줄여주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땐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의 해주는 따뜻한 언어들이 그들의 마음의 통증을 줄여 주는 것 같기도하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찍함을.
소아 병동 근무를 했던 신졸땐 내가 애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았기에 그냥 책에서만 본 지식으로 아픈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을 대했다.
최대한 공감해주고, 격려해주려고 했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코딱지만한 공감과 격려를 해줬던게 아니었을까...
해열제를 먹고 아이가 토했다고 간호사실로 나온 엄마에게 다시 해열제를 먹이라고 주면서 '약을 잘먹여야지..'라고 생각했었던...
차가운 얼음주머니를 몸에 대고 있어야 하는데 아이가 너무 싫어한다고 안하고 있는 그 아이의 엄마에게 이러면 열경기를 할 수 있다고 겁을 줬던...(그때, 나는 그냥 정보를 제공했을 뿐이었다.)
미지근한 물로 닦이면 자다가도 기절할듯 싫어해, 결국 그 아이를 부퉁켜 안고 있는 엄마에게 안고 있으면 엄마 체온 때문에 아이의 열이 안내려간다고 굳이굳이 아이를 내려서 몸을 닦아줬던...(그러는게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는 아이의 열 내리는것이 나의 임무였고 해결 과제였다.
내 근무동안 그 아이의 열이 내리지 않으면 난 무능한 간호사고 일을 안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열을 내리는 방법을 거부하는 아이와 엄마들이 참 힘들었다. 이해도 안됐고...
그러곤 몇년이 흘러 나의 일호가 열이 났을때...
그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 알면서도 미지근한 물로 닦이면 잠을 제대로 못자고 깨서 우는 아이를 부둥켜 안고 밤을 세우면서...
얼음 주머니따윈 차가워서 못하겠다고 애시당초 하지도 않고...
그래도 그나마 약먹이는 스킬은 있어서 약 먹었으니깐 떨어질꺼라 생각하면서..
역시 사람은 자기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나에게도 이런 저런 상처가 생기면서 다시 병동 근무를 했을때,
신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같이 일하는 젊은 선생님들이 이해 못하겠다고 하는 일들도 나는 이해가 되더라...
아파 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아프지 않게 할수도 있다.
워킹맘생활을 하며 힘든 지금 순간들도 잘 이겨 내면 난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을 아프지 않게 할 수도 있겠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분노조절장애가 생긴 젊은 환자가 있다.
잘 지내고 있었는데 며칠전 갑자기 분노조절이 안되었던 사건이있어 다들 조심조심 하던 중에...
병무청에 외출을 해야한다고 하면서...
"나보고 군대오래요.."
라며 어이없다는 듯이 나에게 말하길래...
같이 병무청 욕을 좀 해줬다.
"우리 신랑도 군 복무 중이예요."( 출퇴근한단 이야긴 못했다. 너무 놀라길래... )
그랬더니
"자긴 그래도 괜찮은 편이구나... 신랑이 군대에 있으면 정말 힘들겠다.." 란 말을 어머니에게 하고 있었다.
울 신랑의 군복무가 그 환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책의 첫 챕터부터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작가도 이런 부탁을 했으니 난 잘하고 있는 것이리라..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 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어주세요.
그러면서 각자의 언어 온도를 스스로 되짚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이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보리라.
덕분에 좋은 책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