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인계자가 도착해서 하나씩 업무를 넘기고 있다.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순조롭다.
일단 같은 한국인이라 말이 통하고,
주니어지만 회사 경험도, 현장 경험도 있어서 말귀도 잘 알아듣는다.
기본적인 흐름은 금방 잡아가는 모습이다.
물론 세세한 것들은 결국 부딪치면서 본인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야겠지만.
근데 인계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처음부터 내가 만들고 쌓아온 일들이라,
왜 이렇게 했는지,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설명하려다 보면
사소한 하나에도 말이 길어진다.
거기에 매일 돌아가는 업무까지 같이 해야 하니
몸도 머리도 동시에 쓰느라 정신이 없다.
신기한 건,
나는 그때 이걸 하나하나 부딪치면서 만들어왔는데
막상 말로 설명하니 너무 간단해 보여서
괜히 허무한 기분도 든다는 거.
‘처음 시작할 때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덜 힘들었을까’
싶은 생각도 스친다.
인계 기간을 더 길게 가져갈까도 고민했지만,
지금 속도라면 다음 주면 충분할 것 같다.
한 주 더 남아서 더 알려주고,
나도 이곳 생활을 천천히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는 사람은 결국 자기 길을 만들어야 하고,
떠나는 사람은 떠나줘야 한다는 것.
그래서 더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떠난다는 생각 때문인지 마음은 계속 조급해지고,
여유를 가져보려 해도 쉽지 않다.
아쉬움, 후회, 억울함, 미움, 불평…
여러 감정들이 한꺼번에 올라왔다가 내려간다.
그래도 이제는
이 감정들도 하나씩 내려놓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업무를 정리하듯,
마음도 같이 정리하면서.
26년 4월 1일 수요일 만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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