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SNS에 열정을 쏟는 타입이 아니다. 오프라인 활동이 초미세먼지만큼이라도 분주해질라치면 0순위로 버림받는 게 SNS다. 그러다보니 블로그는 몇 년 째 방치중이고, 인스타그램은 띄엄띄엄 생존신고만 겨우 하는 편이다. 그마저도 작년 7월이 마지막이다. 주커버그씨 듣기에 송구스럽지만, 페이스북은 언젠가부터 타임라인에 광고와 귀여운 것들만 남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렇게 나는 SNS가 체질이 아니란 것을 자각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팀잇은 댓글 달려고 가입했다. 작년 한 해 코인이 급부상하면서 당연지사 호기심 많은 나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스팀잇 아이돌이라 칭해지는 분의 글까지 자연히 닿게 됐다. 얼마만에 댓글인지... 근데 막상 댓글을 달려니 가입을 해야 되는데 가입도 맘대로 안된다.
'도대체 여긴 뭐야. 에잇!'
생소한 분위기에 내동댕이 치고 잠깐씩 글만 읽으러 들어왔다. 그러다가 하나 둘 탐스러워 보이는 다른 글들에도 관심이 갔다.
'여기 좋은 글들이 너무 많은데!?'
구석탱이에 굴러댕기는 아이디와 외계어 키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스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신세계다. 이건 신세계야. 오랜만에 구미가 당기는 걸 느꼈다. 게다가 KR커뮤니티라는 게 굉장히 활발하기까지하다. 근데 조금만 더 지나보니 눈에 띄는 노이즈도 존재했다. 세상 사람들 둘로 갈라져서 매일 싸우는데 그 사람들 소통하는 곳이라는데 응당 노이즈가 없을 수가 있나. 다행히 이 곳은 다 큰 성인들이 대부분이라 쌍욕이 난무하는 개싸움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아, 이 말 취소한다. 생각해보니 다 큰 성인들이 더 지저분하게 싸운다. 어쨌든, 어딜가나 뜨거운 감자는 존재하고 그 이슈를 다루는 스티미언들은 대부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다.
한두달 바짝 놀면서 느낀 이 곳의 기본적인 정서는 배려와 협력이다. 스티미언 모두 각자의 욕망을 품고 이 세계에 발을 들였겠지만, 기본적으로 배려하지 않고 협력하지 않으면 소외되기도 한다. 어뷰저들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소통에 능동적이며, 내가 아쉬운 순간에도 선뜻 배려하는 상당히 아름다운 광경들을 자주 목격한다. 가진 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재주를 타인을 위해 발휘하고 또 그에 상응하는 호의를 얻는다. 팔로우나 보팅을 더 얻기 위한 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처가 아닌 이상, 이정도는 자발적 선의라고 믿는다.
보팅과 댓글을 남발하고 다녔더니 'bandwidth limit exceeded' 라며 밴드위스, 즉 대역폭 제한에 걸리고 말았다. 내 탓이 아니라 순전히 좋은 글 쓰는 남들 탓이다. 님들 덕분에 요즘 뉴비라면 반드시 걸려본다는 그 무서운 대역폭 제한에 걸려버렸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우왕좌왕했는데, 여기저기 알아보니 스팀파워가 부족해서 그런 거란다. 돈으로 살 수도 있단다.
'참나, 결국 돈인가. 만능키가 필요한건가.'
결국 어차피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할 스팀잇이니 업비트에서 조금만 사서 충전해보자 싶었다. 근데 아뿔싸, 바보같이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렇게 댓글도 쓰다만 채 발을 동동구르고 있었더니 들어간지 몇 일 되지 않은 소모임에서 한 분이 선뜻 스팀파워를 무료임대 해 주셨다. 그때의 감동이란... 자본주의에 멱살잡혀 댓글 하나 맘대로 못 남기는 이놈의 스팀잇이라고 욕한 내가 우스운 꼴이 됐다. 역시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스팀잇은 그런 곳이라고 새삼 느꼈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스팀잇은 굉장히 잘 설계된 자본주의 SNS라고 생각한다. 글의 가치를 누가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이지만, 솔직히 여러가지 부분에서 잡음이 섞여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성격을 만드는 건 그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믿는다. 스팀잇의 발전을.
이 글은 님의 선의로 작성할 수 있었던 글입니다. 업비트가 지갑을 오픈하며 돌려드리게 되었지만, 덕분에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보상을 바라고 하신 일이 아님을 확신하지만, 도의적으로 맘에 걸려 작은 선물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절대 부담되실 만한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진행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만,
카톡 계정으로 주소와 연락처 보내주시면 알아서 진행하겠습니다. 여러모로 신세 많이 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