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씩 우리 학교가 국가기술자격검정 시험을 보기위한 장소로 대여되곤 한다. 1년에 3번 쯤?
작년에 처음으로 감독을 해봤고, 올해 3월 두 번 째, 오늘 세 번 째 감독을 했다. 매번 같은 자격증 시험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상반기에는 지게차, 워드프로세서 뭐 그런 필기시험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정보처리기능사 시험이었다.
시험보는 사람들이 일반인이 아니라 군인이다. 감독도 군인이 서는데, 아마 무슨 규정 같은 게 있는지, 부감독을 군인 아닌 사람들로 넣고 있고, 우리 학교에 계신 분들이 부감독을 한다.
시험이 있기 며칠 전에 쪽지가 왔다.
- 2018 후반기 국가기술자격검정 필기시험 시험 감독관*
- 일시 : ㅇ월ㅇ일 (ㅇ요일) 12:50~16;00
- 장소 : ㅇㅇㅇ (ㅇ시부터 감독관 교육, ㅇ시부터 시험 시작)
- 준비물 : 도장
- 수당 : ㅇㅇㅇㅇ원
3시간가량 하고 시급이 25,000원 정도 된다. 집이 근처라면 꽤 매력있는 알바가 아닐 수 없다!!
나 같은 경우는 집이 멀어도 온다. 핫핫핫
처음엔 "우와 이게 뭐야! 재미있겠다!!"해서 해봤고, 그 다음엔 학교에 와서 일도 하고 알바도 하고 겸사겸사 세 번까지 하게 됐다.
신청하는 쪽지를 보내면 선착순으로 되는데, 전엔 감독을 지원하는 샘들이 많으셔서 예비번호 받고 있다가 복도감독에 당첨됐는데, 점점 감독 하겠다는 선생님들이 안 계신 건지 비교적 잘 당첨되고 있다.
감독 전날 온 문자.
어쩜 이렇게 군인군인 할 수가.
감독하러 가는 게 아니라, 싸우러 가는 느낌.
토요일 아침.
좀 일찍 학교에 도착.
학교 책걸상 배치나 시험장 안내, 수험생 자리 배치 부착 등은 전부 군인이 한다.
그래서 토요일에 학교 모습 보고 깜노흘.
폴리스 라인~
군대에선 이걸 뭐라고 부르나.
밀리터리 라인???;;;;;;; -_-a
고사장도 착착 붙어있고, 책걸상도 시험대형으로 다 정렬되어 있다.
이후로는 사진이 없다.
도장을 지참하여 본부에 가면, 정감독(군인)과 부감독(교사)이 만나서 인사를 하고 함께 앉아서 감독 사항을 준수한다는 종이에 사인을 한다든지 한다.
그리고 감독 유의사항을 듣는다. 시험 시간의 절반이 지나면 퇴실이 가능하다, 화장실은 되도록 시험 전에 다녀오도록 한다 등등.
시험 시간이 다가오면 정감독과 부감독이 짝을 이루어서 나가는데, 상당히 어색하다.
교실에 도착하면 이미 도착해서 공부하고 있는 군인들이 있다.
하... 군인들... 넘나 어린 거. (계급 높으신 분들이 가끔 섞여있기도 한데, 이번에 내가 들어간 곳은 모두 어린? 분들이었다)
그냥 고등학생들 같다. 수능 보러 온 남고 학생들 느낌.
내가 고등학생일 때 '군인 아저씨'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어린 분들한테 아저씨라고 하다니. ㅋㅋㅋㅋㅋ "군인 아저씨!!" 하면 빠직!할 만도 하다.
아무튼, 시험 시간이 다가와서, 수험생 확인을 하느라 명렬표와 신분증과 수험표를 검사하는데.
주민등록증 및 운전면허증의 사진은 고2, 고3 때의 (많아 봤자 대학생) 너무나도 샤방샤방 파릇파릇한 모습이다.
그런데 수험증 사진은.... 음.....
빡빡 깎은 머리와 군복에 얼굴은 시커매서 이게 도대체 같은 사람인가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다.
어떻게 사람이 변하니 이렇게. ㅜㅜ
정보처리기능사 실기시험 시작. 난 당최 이해가 안 갔다. 실기 시험인데 왜 필기로 함??? 납득이 안 되는데 물어볼 사람도 없고.
OMR 카드도 없고 시험지에 직접 컴싸나 볼펜(흑 or 청)으로 답을 쓴다. 시험문제를 슬쩍 보니 플로차트가 보이고.. 필기는 필긴데 이론이 아니라, 컴퓨터 사용시 나올 수 있는 계산?? 같은 느낌?
수정테이프를 찾는 군인도 있었고, 컴퓨터 싸인펜으로만 써야하냐고 묻는 군인도 있었다.
앞쪽에 앉은 분은 2시 시험 시작이었는데 10분만에 다 풀고 고개를 들었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나는 또 뭐가 필요해서 나를 찾는 줄 알고 '?? 뭐 필요합니까?????' 이런 표정으로 계속 보고있었다. ㅋ (곧 엎드리심)
창가 제일 뒤에 앉았던 분은, 잠깐 안경에 컴싸를 끼우고 멍하게 계셨는데, 학생이 그랬으면, 웃으면서 뭐하냐고 물어봤을 듯. ㅋ
4시까지 시험이었는데, 문항 수도 적고 (대략 6페이지?) 그래서 그런지 내가 있던 교실은 3시에 모든 수험생이 시험을 마쳤기 때문에, 4시까지 시험시간이지만, 나도 3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
수능 감독에 비하면 아주 쉬운 편이긴 한데, 수능 땐 도장도 찍으러 다니고 답안지도 나눠주고 걷고, 돌아다닐 일이 좀 있어서 덜 지루한데, 이 시험은 망부석처럼 한 자리에 계속 있다보니, 나중에 끝나는 시간 5분 전부터, 벽시계 초침 돌아가는 것만 보고 있었다. 와 아인슈타인 특수 상대성 이론을 직접 체험한 느낌. 아. 특수는 거울에 비치는 얼굴이었나? 그럼 그냥 상대성 이론인가? (물리는 어렵ㅜ) 아무튼 최근들어 시간이 이렇게 길어진 적이 없었는데.
수당은 나중에 잊어버릴 때 즈음 월급 통장으로 들어온다. 맛있는 거 사먹어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