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몇 봉지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쳐버릴 것같은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먹고 또 먹고 계속 먹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가뭇가뭇 기억이 난다. 퇴근한다고 인사한 한두명이 있었다고 기억난다. 약에 취해 책상에 엎어져 있는 내게 인사하고 퇴근한 동료들은 내가 당연히 밤새 일할 거라고 생각하고 퇴근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신차려보니 혼자다. 하하하하하. 현대의학은 참으로 대단하다. 어떤일을 당해도 버텨낼 멘탈을 선물해준다.
오늘 코미디를 하나 찍었다. 단톡방을 나온 후에 21일 있을 회의 얘기가 조금 공개가 됐다. 그래서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톡방에서 중요한 말이 대부분 나오고 정리된 것만 공지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톡방에서 주고받는 내용이었다. 난 톡방에 다시 들어가야 했지만 나는 폰이 하나였다. 그래서 다시 들어갔는데,,, 내가 멍청했다. 나 인지 다 아는데 나는 설마 나인지 알겠어? 하고 딴청부리다가 거짓말쟁이가 돼버렸다. 코미디 제대로 찍었다. 거짓말을 해서 너무 죄송하다. 그냥 톡보러 다시 왔다고 말할걸 거짓말을 해버렸다.
거짓말은 나쁘다. 나도 거짓말을 싫어한다. 그런데 내가 거짓말을 해버렸다. 날 거라는 걸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거짓말을 했다. 후회하고 있고 반성하고 있다. 21일에 있을 회의 이후 어떻게 변할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21일 전에 톡방에서 무언가 얘기가 나올 것 같다는 망상을 한 내가 잘못이다. 무조건 내잘못이고 거짓말을 한 사람은 나다. 나를 믿는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부끄럽다. 거짓말을 한 내가 부끄럽다. 내 인간성이 겨우 이정도였다니. 난 내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한참을 약에 취해 자가가 깨보니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내가 겨우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거짓말쟁이였다니. 난 많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했다. 못난놈. 더럽고 추하다. 내 인성은 고작 그것밖에 안 되는 인간말종이었다. 쓰레기. 내가 쓰레기 같은 인간말종에 거짓말쟁이라서 너무나 부끄럽다. 이 부끄러움을 어찌할꼬.
이번 일로 많은 사람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