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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무더운 여름이라서
올해 겨울에 다녀왔던 아오모리가 유독 생각이 납니다.
홋카이도 삿포로부터 도쿄로 내려오는 15일 열차여행이었는데요,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처음 가본 곳이 바로
아오모리(青森)였어요.
(구글맵에 동해가 아직 잘못 표기되어 있어 소심하게 그림판에서 수정을..)
아오모리현은 우리나라의 도(ex. 강원도)와 비슷한 개념으로
홋카이도가 일본의 영토가 되기 전까지
일본의 최북단에 위치한 무역과 어업의 요충지였습니다.
특산품은 사과로 술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한 상품이 가득하고요,
세계 최고의 참다랑어(혼마구로)가
아오모리현의 오마라는 지역에서 나옵니다.
2013년에 이 곳 참다랑어 한마리가 12억에 낙찰되었지요.
그 밖에도 각종 꽉차고 싱싱한 해산물,
일본 3대축제인 네부타,
스노우몬스터로 불리는 겨울의 핫코타산의 숲,
아오모리의 명주 덴슈 등등
볼걸리와 먹을 거리가 가득한 이곳을
메인 여행지로 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다름아닌 오래된 료칸입니다.
아오모리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요.
보통 일본의 온천지라고 하면 홋카이도의 노보리베츠,
유후인과 뱃부,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쿠사츠 등을 꼽습니다.
그런데 아오모리현의 쿠로이시에
아오니 온천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
조금 특별한 료칸이 숨어 있습니다.
람프노야도
이곳을 다녀오신 분들은 주로
램프여관 또는 램프료칸이라고 부르시더군요.
공식 홈페이지
http://www.yo.rim.or.jp/~aoni/en/index.html
얼마나 꽁꽁 숨어있는지
홋카이도의 하코다테에서 신칸센을 타고 아오모리에 도착해
크고 작은 열차를 두 번, 크고 작은 버스를 두 번이나 탄 뒤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펑펑 내리고 쌓인 눈을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왜 그토록 이 곳에 오고싶었는고 하니,
이 곳은 전화도 터지지 않고 전기도 사용하지 않아
오직 등불만으로 어둠을 밝히는 곳으로,
눈 내린 깊은 산 속에서 온천욕을 하고 소박한 식사를 한 뒤
램프 불빛에 의지해 푹 쉬고 푹 자는 것 외에는
아~무 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곳이 램프여관이라고 이름붙여진 이유지요.
작은 다다미방에는 호롱불과 석유곤로뿐,
TV도 전화기도 다른 조명도 일체 없습니다.
하코다테에서부터 아오니온천까지 200km가 넘는 여정에
지친 몸을 온천욕으로 풀었지요.
아늑하다 못해 고요한 료칸이지만
식사는 식당에서 다른 숙박객들과 함께 합니다.
제가 머무른 날에 다른 숙박객은
일본인 커플, 중후한 중국인 가족, 젊은 한국인 가족 뿐이라
자리는 서로 멀찌감치 배정해주었습니다.
사실 한국인 가족이 모든 정적을 깨가며
큰소리를 내고, 뛰어 다니고, 식사가 입에 맞지 않는다며 컵라면을 찾는 통에
휴식을 위해 찾은 다른 숙박객들과 직원들에게 피해가 갔습니다.
그게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료칸이다보니 식사는 굉장히 소박했습니다.
밖은 이미 어두컴컴해졌고 방에 돌아와 램프 불에 의존해
아오모리의 명물 사과로 만든 술과 안주를 먹고 방바닥에 드러눕는데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일찍 잠이 들었더니 일찍 깼습니다.
손님들 중에 가장 먼저 일어났는가 봅니다.
여유롭게 료칸 본채와 각 별채마다 위치한 4개의 탕
모두 전세낸 듯 푹 즐기다 나왔습니다.
사방에 수북히 쌓인 눈 속에서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느긋하게 온천욕을 하고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탕 안에도 램프가 있네요.
사진에 보이는 둥그런 노천탕이
바로 남녀혼탕입니다.
여성만 이용가능한 시간이 따로 있습니다.
평화롭지요.
이른 아침에 홀로 유유히 눈밭을 산책하며
뜨거운 물에 몸도 담그고 하다보니 날이 밝았습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배가 고파옵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이라 그런가요.
아오모리가 아직은 생소한 일본 여행지이지만
그만큼 때묻지 않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습니다.
그 중에 램프여관은 도심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감성 속에서 차분히 쉬기에 참 좋았던 곳입니다.
지난 겨울 4개국 20여개의 도시를 여행했는데
아오모리가 가장 생각이 나고 그립습니다.
북적대지 않는 곳에서
겨울정취를 제대로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