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집 밖에 잘 나가질 않았다. 며칠 전 나갔을 때 따뜻하기에 어느새 봄이 왔나 보네 했다. 그리고 오늘 별 생각 없이 산책을 나섰다. 이런, 눈발이 날리고 있다. 춥잖아. 중얼거리며 코트 자락으로 몸을 싸매고 공원을 향한다.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조물조물 주무른다. 창백하던 물체는 희미한 빛을 내는 노란색으로 변한다. 소매에 쓱쓱 문지르니 흡수되듯 사라졌다. 옷에서 온기가 전해지자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빠른 걸음으로 이동한다. 공원은 오르다 보니 숨이 차오를 정도로 꽤나 경사가 있었다. 가장 높은 곳이 오른 것인지 더 갈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 숨을 돌린다. 눈은 그쳤다. 이어폰을 꽂고 몇 년쯤 지난 노래를 들으며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응시한다. 어떤 나무에서는 산수유가 피기 시작하고 어떤 나무는 꽃 봉오리가 동그랗게 맺혀있다. 검은 바탕에 흰 얼룩이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서는 다리 주변을 맴돈다. 눈이 마주치지만 둘 다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 고양이는 울음 소리를 한 번 내고 다리에 몸을 몇 번 비비고서 그 주변에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고양이에게서 눈을 떼고 코트 주머니에서 다시 무언가를 꺼낸다. 아직 노란 빛을 내고 있는 그것을 다시 조물거리자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변했다. 아무래도 눈에 띄지 않는게 좋겠지. 양 손으로 그 투명한 것을 감싸듯 쥐자 아까처럼 흡수되듯 사라졌다. 그리고 그 벤치 위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스름이 지고 고양이도 기지개를 키며 벤치를 떠난다. 밤이 되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어도 그 벤치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