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녀석의 감기로 또
소아과를 찾았다
요즘 감기가 독하다더니
쉽게 낫질 않는다
그래도 호흡기를 잘 한 덕인지
그전보다 많이 호전된 듯 보였다
오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온 아이도 있고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아이도 있었다
그 중 내 시선을 사로잡은
사람이 있었다
열이 나는지 지친 기색이 역력한
눈가에는 눈물 한방울을 머금고 있는
아이를 안고 있는 할머니였다
그 할머니는 마치 자기 자식인양
안타까운 얼굴을 하며
아이를 토닥이고 있었다
그 할머니를 보니 마음이 애려왔다
돈 한푼 벌어보자고
아픈 아이를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께
맡겨두고 출근하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하는
엄마를 잡지 못하고
할머니의 품에 안겨 아픔을 버티고 있는
그 아이는
지금 얼마나 엄마의 손길이 간절할까
내가 일하고 있을 때
두 녀석 중 누구라도 아프면
저런 모습이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안좋았다
지금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리 두 녀석이 크게 안아프고
잘 커줬으면 좋겠다
어쩔수 없이 아프더라도
내가 곁에 있을 때에만 아파주기를
바래본다
★ 책 속의 공감 글귀
<더 아픈 사람>
언젠가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맞은편 좌석에 앉아 있는
할머니와 손자가 눈에 들어왔는데
자세히 보니 꼬마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할머니의 손에는 약봉지가 들려있었다.
병원에 다녀오는 듯 했다. 할머니가 손자
이마에 손을 올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직 열이 있네.저녁 먹고 약 먹자."
손자는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며 대꾸했다
"네 그럴게요. 그런데 할머니, 할머니는
내가 아픈걸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순간, 난 할머니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대답의 유형을 몇가지 예상해보았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라거나 "할머니는 다 알지"같은 식으로 말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었다. 내 어설픈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할머니는 손자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찍함을.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