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이다. 초복하면 보양식 아니겠는가. 찜통같이 무더운 여름 날씨를 이기려면 든든하게 먹어줘야 한다. 괜히 보양식이 있는 게 아니다. 보양식이 먹고 싶은 나머니 지난 주말 조금 일찍 삼계탕을 먹고 왔다. 뜨끈뜨끈한 탕에 찹쌀, 인삼, 대추, 마늘을 넣어 푸욱~~~ 고아 만든 맛있는 영계를 기대하며 서둘렀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솔직하고 신랄한 후기를 남겨 본다.
호수삼계탕
한입 먹고 난 뒤 '맛있다'라는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맛있는 삼계탕' 보다는 '독특한 삼계탕'이라는 총평을 먼저 하고 시작한다. 왜 그럴까.
'수요미식회'라는 방송에 '3대 삼계탕'으로 소개 됐었다고 한다. 즐겨 보지 않지만, 음식 방송 중 꽤나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방송이다. 호수삼계탕은 방송 타기 전부터 명성이 대단했다고 한다. 방송을 보진 못했지만 의심없이 한껏 기대를 하고 갔다.
응? 이 걸죽함은 뭐지!? 닭은 어데로...
대단히 걸죽해 보이는 희여멀건한 죽이 재빠르게 한사발 나왔다.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할 정도의 걸죽함이다. 이 정도면 그냥
죽
이다.
아래 숨겨져 있던 영계를 찾았다. 1인분 양으로는 충분할 정도의 사이즈다. 국이 아니라 '죽'이기 때문에 더욱 배부르다.
보이는가. 이 농도가...
들깨가루와 찹쌀가루 그리고 땅콩가루를 섞어 만든 고소한 국물, 아니 죽이다. 들깨죽에 가깝다.
구수~~~
하기 보다
고소~
한 정도.
순전히 내 느낌적인 느낌이다.
맛있다.
은은~하게 퍼지는 들깨의 고소한 맛은 매력적이다. 마치 흰쌀밥 혹은 흰우유 같은 저자극의 고소함이 있다. 잔재주 부리며 온갖 아양을 떠는 맛은 없다. 그냥 슴슴하다.
삼계탕인데 닭 특유의 향이 나지 않는다. 탕과 닭을 별도로 조리해 합치는 것 같다. 닭은 닭인데 내가 먹던 그 삼계탕의 닭은 절대 아니다. 생각과 너무 다른 닭이라 당황했다. 들깨와의 조합이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미묘한 구석이 있다. 먹는 내내 아리송했다. 맛은 있는데 맛있지 않다. 난생 처음 접하는 조합이다. 혼란스럽다. 뒤늦게 '수요미식회'를 잠깐 봤다. 황교익 선생의 '닭과 들깨가 궁합을 이루는지는 의문이다'는 표현도 이해는 된다. 분명한 것은 자극적인 맛과는 정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
결국 마늘과 소금, 후추를 넣어 간을 조금 끌어올렸다. 내 입맛에는 너무 심심하다.
먹다가 심심함에 지치면 바로 이 오이나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고추장에 찍어 먹는 오이의 맛이 일품이다! 오이를 통으로 하나 반은 먹었다. 이 집은 오이맛집, 아니 고추장 맛집임은 분명하다!
의문부호를 많이 남겨두긴 했지만, 초복에 앞서 든든하게 한 끼 마무리 했다.
오픈 시간보다 일찍 갔지만, 오픈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다. 참고로 오전 11시 오픈이다.
다행히 오픈 시간에 서있던 줄은 금방 줄어든다. 워낙 식당규모가 크기때문이다. 건물을 몇개를 쓰는건지...
주차장에 자리도 제법 넉넉해 보이지만, 방문차량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모양이다. 작년 이맘때 차에서 한시간 기다리고 내려서 한시간 반을 기다렸다는 뒷사람의 얘기를 들었다. 대단한 식당임에는 틀림없다. 그걸 겪고도 또 오다니...
밥 먹고 나오니 이미 주차하기 위한 대기가 벌써 시작된 걸 목격했다
기다릴 자신은 없다. 한번 겪어봤으니 됐다.
맛집정보
호수삼계탕
이것은 죽인가 탕인가, 호수삼계탕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사라져라 더위더위, 여름의 맛집에 참가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