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언젠가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거야' 하고 일찍 예감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현재를 살면서 아직 오지 않은 그리움을 미리 느끼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집에 걸어간다는 길이 너무도 외롭다는 사람들을 보며 이상한 위안을 얻던 때도 있었다.
아주대 삼거리의 멋진 술집, '예술'의 메뉴판이다. 술집 주제에 4인 이상의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배짱 장사를 한다. 3인보다 많은 테이블은 너무 시끄럽고, 안주도 많이 시켜서 주방이 힘들단다. 원 세상에! 술집 주제에 이렇게 도도하게 굴어도 된단 말인가?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항상 '아, 네명이라 오늘 예술은 못 가겠네' 이야기하는 나를 보며 나도 어지간하다는 기분이 든다. 예술에 몇 번 가 보지도 않았지만, 열렬히 애정하는 나를 보며 금사빠 기질이 어딜 가진 않는구나, 생각한다.
메뉴판에서 가장 애정하는 술은 가쿠 하이볼이다.
얼음에 레몬을 살짝 짜넣고 위스키를 1만큼 따르고, 탄산수 4를 풀업. 상큼새큼한 맛이 특징이다. 무더운 여름날 하이볼 한잔이면 그 날의 피로따위는 멀리 날아간다.
로제 크림커리 치킨. 스지탕도, 스지조림도, 쉬림프박스도 모두 먹어봤지만 예술의 가장 맛있는 메뉴는 로제 크림커리치킨이다. 카레와 토마토 소스, 크림소스가 듬뿍 들어있는 접시에 푹 잠긴 치킨, 그리고 쭈욱 늘어나는 치즈까지! 글을 쓰는 지금도 혀가 간질간질하다. 크림커리치킨을 안주로 하이볼 한 잔만 할 수 있다면!
나는 이 가게를 학교에 재학중일 때 갔다. 나는 이곳을 그리워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그냥 발 닿는 곳에 있었으니까, 마음 내키면 언제든 방문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틀렸다.
언제나 멋진 것들은 멀어지고 나서야 깨닿게 된다. 옆에 있는 동안은 소중한 것들을 모른다. 그리워지기 전에 마음껏 사랑할 수 있길, 한잔 술을 마시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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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좋은 곳을 아는데 오늘 한잔할 사람?에 참가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