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에 줄을 그으며 전문가 행세를 하며 돌아다니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다. 재무제표든 차트든 투자에 필요한 거의 모든 지표는 후행성 지표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지나고 나서 알게된, 결과론적 자료들'이라는 소리이다. 그런 자료를 갖고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오로지 '나의 바람'을 자료에 대입하는데, 이건 모두 투자자들의 편향에 불과하다. 대표적인게 차트에 줄긋기다.
차트에 줄을 긋는 것은 긋는 사람 마음이다. 이렇게 그으면 지지선 이탈이 되고, 저렇게 그으면 지지선 지지가 된다. 저렇게 그으면 상승 추세가 가파르고, 이렇게 그으면 상승 추세가 느리다. 차트에 줄을 긋는 것은 전혀 할 필요가 없는 주술적 행위에 불과하다.
나 역시 차트에 줄을 그어가며 잘난체를 할 때가 있었다. 때는 무려 14년 전. 주식에 갓 입문하였을때다.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투자자들의 자금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련 법률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기업의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하는 것이고 그것들이 시가총액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등등. 그런 걸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투자를 할 때 재무제표를 봐야 한 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 회사가 무엇을 파는 회사인지도 관심조차 없었다. '그 회사 뭐 파는 회사임?', '재무제표 그게 뭐임?' 딱 이 수준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줏어들은 건 있어서 차트를 펼쳐 놓고 나름대로 꼭짓점을 이어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건 상승추세야', '이건 지지를 이탈했어 매도해.' 이런 소리들을 하면서 돌아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얼굴이 화끈거리고 쓸데 없는 짓을 하고 다녔다.
어느덧 투자판에 발을 들인 것도 14년이 넘어간다. 운이 좋아서 계속 시장에 발가락을 걸치고 살 수 있게 되었고, 돈도 좀 벌어봤지만 나 역시 여전히 중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소위 슈퍼개미들과도 호형호제를 하면서 지내보았고, 최근에는 K모 대학의 현인 500억 대 개인투자자인 교수님과도 교류를 하고 있지만, 그분은 여전히 나를 향해 '종식씨는 아직 중수다'라고 말씀하신다. 모멘텀 + 안전마진.. 그 이상의 것을 보라고 하신다. 나도 '그 이상의 것'이 이론적으로는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실제 투자에 접목하는게 쉽지 않다. 그것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투자자는 수익으로 승부를 보고 아는 것을 증명하는 사람이니까.
주식으로 억대 자산을 벌어 본 나도 아직 중수에 불과하고, 중수가 초짜 시절에 차트에 줄을 긋고 놀았고, 차트를 본 대로 기업은 움직여주지 않았다. 기업의 본질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만들어 내는 제품과 서비스고, 재무제표에 찍어내는 숫자다. 단기적으로 주가는 지 멋대로 움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재무제표대로 간다. 투자란 사람들의 편견으로 왜곡된 부분을 찾아내거나, 재무제표의 미래와 사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싸움이지 차트에 줄긋는 어린애들 미술놀이가 아니다.
암호화폐 분석을 한답시고 열심히 차트에 줄을 그어가며 지지니 돌파니 추세니 뭐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안타까운 감정이 드는 한편 멋 모르던 나의 초짜시절이 떠올라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차트는 투자 대상의 펀더멘털과 영업상황에 대한 이해를 완벽하게 한 뒤에, 현재 주가의 흐름이 대강 어느 정도 수준인지 참고하는 수준으로만 보아야 도움이 된다. 차트에 매몰되면 인생도 매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