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아주 잠시 작은 악기 소매상 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 가게의 창업자는 40대의 젊은 사장님이었습니다. 처음에 독일에서 바이올린 4대를 수입해 와서 팔았고, 그렇게 악기를 사고 팔고하면서 가게를 늘려 수백점의 악기를 취급하는 작은 가게로 성장시킨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예비 아내는 피아노 전공자였습니다. 가게 마감 시간이 다 돼가면 사장님은 바이올린을 켜고, 예비 사모님은 피아노를 쳤습니다. 가게 바깥으로 보이는 거리의 풍경을 보면서 커다란 통유리 앞에서 호흡을 맞춰가며 악기를 연주하는 두분의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아름다운 모습은 딱 그때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객들이 제품에 대해서 클레임을 걸어오면 고객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면서 욕설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저래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격한 욕설을 했습니다. '제품이 마음에 안들면 돌려 보내세요. 제품값은 돌려드리겠습니다.' 한바탕 욕설이 끝나고 나면 이런식으로 마무리 되는 전화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자신이 선택한 악기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객에게 욕설을 퍼붓는 사업 스타일은 문제가 많은 스타일이기는 하지만요.
신기하게도 늘 고객에게 막말을 하고 거래처와 싸움을 일삼는 그 사장님의 가게는 날로 번창했고 장사도 잘 되었습니다.
몇십년이 지났지만 불현듯 그분이 운영하시던 가게와 웹사이트가 생각나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십수년전에 운영하던 쇼핑몰 도메인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었고, 쇼핑몰의 규모는 더 커졌습니다. 전국에 지사도 생겼고, 독일에도 사업장이 생긴걸 확인했습니다.
그분의 강점은 꽤 이른 시기에 온라인을 이용해서 상품을 판매할 생각을 할 정도로 진보적이었다는 점, 그리고 연주자 출신이기 때문에 악기를 보는 안목과 자신의 안목에 대한 자부심, 그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고객은 왕'이라는 불문율을 화끈하게 깨고도 날로 번창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합니다. (고객에게 욕설을 하고 다짜고짜 싸우는게 옳다는 건 아닙니다.)
문득, 저도 그분에게 욕 얻어 먹던게 생각나네요. 평소에는 온화하고 괜찮은 사람이다가도, 조금만 자기 마음에 안들면 불같이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붓던...(ㅎㅎ)
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출처 : px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