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헝가리에 갔던 건 세가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 스카이스캐너에서 '부다페스트' 검색시 나오는 배너의 이미지와 똑같은 사진 찍기
- 유럽 방탈출 원조 도시에서 방탈출 게임 하기
- 루인바에서 흥청망청 놀기
방탈출 게임은 예전에 쓴 적이 있고(Korean Link, English Link), 오늘은 3번 미션!
부다페스트의 매력은 정말 다양하다. 먼저,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온천이 사방팔방 널려있고, 웅장하고 멋지거나 기묘해서 새로운 여러 건축물들이 있고, 전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조명 기술자들이 다 모인듯이 야경이 기가 막히고, 음식은 입에 맞는데 가격은 혜자고, 그리고, 동유럽에서 가장 밤에 놀기 좋은 도시 중 하나라는 것도 빼놓을 수가 없다!
부다페스트에는 제국 시절의 화려함과 공산주의 국가 시절의 기능성만을 추구한 볼품없는 건물들이 공존한다. 루인바Ruin Bar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버려진 건물들을 술집으로 개조한 가게들을 칭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상수동 '대림창고'같은 느낌?
고즈두 우드바에서 방탈출 게임을 기분좋게 클리어하고 나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Szimpla Kert 로 향했다. 제일 가까운 곳이었는데 제일 유명한 곳들 중 하나라고 하니 개이득! ㅎㅎ 방탈출게임하고 나왔을때는 괜찮았는데, 가는 길에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유럽이니까 우산같은건 안씀! 이 아니라 우산이 없죠 ^^... 부다페스트 밤길은 골목골목 다녀보면 다 무섭게 생긴 사람들이 다 취해있다. 개인적인 감상인데, 헝가리 사람들 춈 무섭게 생겼어요... 그런데 막상 운전하거나 말해보면 세상 착함. 음... 그러나 기도는 역시 무서워야겠지.
안은 굉장히 넓다. 각각의 개성이 넘치는 가게들이 맥주, 칵테일, 스낵, 그 외 각종 주류들을 판다. 좌석은 여기저기 구석구석 널려있는데 가게 지정석이 아니라서, 주문한데 가까운데 앉아서 먹어도 되고, 들고 돌아다니면서 먹다가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도 되고, 하여간 룰이랄게 없다.
이 사진을 찍었을 때는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마음껏 1층 2층 구경하고 다녔는데, 정신없이 놀다가 나올때쯤 보니 여기도 저기도 사람들로 가득가득... 실내는 쿵쾅거리는 음악과 전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의 온갖 나라 말로 소란스럽다. 2층 사진은 어두침침해서 제대로 나온게 없네 -_ㅜ
요게 또 나름 가게 명물 ㅎㅎ 내 얼굴 지못미...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는데, 천장이 없어서 눈이 소복히 쌓였다. (:
정말, 진심, 소란스러운 가게 안과 다른 세상인 듯 조용하게 사락사락 눈이 내리는 모습이 근사했다. 정말 아름다웠다!
이 가게에서는 모두 신나게 만취상태라, 어느 나라 사람이든 영어가 술술 나오는지 ㅋㅋ 진정한 위아더월드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 하나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모두가 테이블을 둘러싸고 이야기하고 있던 와중에 테이블 위의 작은 물건 하나가 없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여행다니며 도난 한 번 당한 적 없던지라 당황하고 있는데, 같이 이야기 중이던 파리의 경찰관 누님 왈, "그건 잊어, 여긴 유럽이니까. (이미 훔쳐갔음을 단정;;) 여기가 파리였다면 넌 작은 물건 뿐만이 아니라 핸드폰, 목도리도 다 잃어버렸을테니 다행인걸 'ㅅ')" 라고... 파리부심인가!?!!!
이런저런 사람들과 놀고 마지막에는 이스라엘인과 영국인의 자기네 투어 그룹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고(그러나 거만한 영국인은 정말 ㄴㄴ해) 시계를 보니 새벽...... 폭설은 어느덧 잦아들었지만 집에 가는 길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신나게 잘 놀고 집에 가는 길에 24시간 마트에서 라면 사서 따뜻하고 커다란 집에서 사이좋게 끓여먹으니 천국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