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경주까지는 멀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여행을 떠나는 시점에는 어울리지 않을 때가 많다. 톨게이트를 나와 시내로 접어들 때 경주가 내게 준 이상한 기운이 아니었다면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보낸 지루한 세 시간 오십 분을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었을까.
첫 느낌
아내가 운전해 준 덕분에 뒷자리에 앉아서 좌우를 살피며 가던 나는 나를 사로잡는 거대한 흐름이랄까 공기랄까 하는 것에 내 마음이 미묘하게 동(動)하는 것을 느꼈다. 이곳이 신라의 고도(古都)였다는 뻔한 사실에 대한 앎에서 오는 느낌은 아니었다. 부여의 부소산성을 수차례 가 보아도 단 한 번도 가질 수 없었던 느낌이었다. 앎이 신비함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신비가 우리의 앎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차는 불국사로 접어들었다.
뜨거운 여름, 불국사의 가을 하늘 그리고 탑(塔)
지독히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그러나 불국사의 하늘은 가을에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풀린 파란 물감이 너무 예뻐 사진을 찍었다. 잠시나마 더위와 고민을 놓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하늘이 참 높았다.>
불국사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특히 사진으로만 보았던 불국사의 다보탑, 석가탑은 경이로웠다.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갔을지, 종교적 기원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고난과 아픔 위에 생겨나는 것인지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해 준 고마운 풍경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석가탑의 모습>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다보탑의 모습>
‘음(陰)’의 느낌을 강하게 받은 석굴암
석굴암을 가기 위해 불국사에서 산을 오르는 내내 음하고 습한 기운이 나를 사로잡았다. 석굴암에 진입하기 위한 입구 위에는 까마귀가 여러 마리 날고 있었다. 서늘함을 느끼며 도착한 석굴암에서는 어릴 적 교과서에서 배운 것만큼 대단한 느낌을 얻지 못했다. 가는 길 내내 느낀 서늘하고 음습한 기운에 압도당했기 때문이랄까. 멀리 탁 트인 풍경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토함산 석굴암’이라고 쓰인 석굴암의 입구>
<석굴암에서 바라본 풍경, 저 멀리 있는 것은 바다일까?>
테디베어 박물관의 아기자기함
스위트 호텔에서 묵은 다음날 아침, 테디베어 박물관을 체험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소품들, 트릭아트들은 꽤나 볼 만했다. 나중에 아기가 생기면 꼭 같이 오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이제는 가야만 한다. ^^
첨성대를 가다
첨성대에 다가가니 내가 마치 세상의 중심에 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그런 기분이 드는데 천여 년 전에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과학이 지금만큼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 첨성대는 얼마나 많은 경외(敬畏)를 불러일으켰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이로운 느낌을 주는 첨성대>
이 외에도 황남빵 사 먹기, 동궁과 월지 구경하기 등 재미 있는 일들이 많았다. 와이프와 나는 나중에 다시 꼭 오자는 약속을 하고 경주를 빠져 나왔다. 1박 2일간의 경주 여행은 아직도 나에게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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