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이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까마귀 떼가 하늘을 뒤덮었다. 후두두둑, 소나기가 내리듯 까마귀 똥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한바탕 하늘을 날던 까마귀들은 나뭇가지와 지붕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손에 들고 있던 박스로 머리를 가리고 쉼 없이 뛰어 그 곳을 벗어났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포틀랜드다.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듯한 포틀랜드
힙스터의 도시, 커피와 맥주의 도시, 그리고 자유로움의 도시. 포틀랜드를 상징하는 많은 단어들이 있다. 나는 저 많은 수식어 중 어떤 포틀랜드를 만나게 될까 하는 생각에 포틀랜드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는 순간까지 설렜다.
포틀랜드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예약해둔 숙소로 걸어가는 길은 마치 영화 세트장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건물 하나하나, 소품샵, 꽃집. 그저 평범한 동네 풍경이었지만 ‘아름답다’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렸다. 이제 막 숙소에 도착했을 뿐이었는데, 포틀랜드를 모두 느낀 것 같았다.
착각이었다. 마치 ‘너는 이 도시를 너무 빨리 판단했어’라고 말하듯, 어느 순간 하늘에 구름이 드리웠다. 그 순간, 그 아름다운 풍경이 음산하게 느껴졌다. 독특한 복장으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 거리를 꾸며놓은 장식들, 앙상한 나뭇가지까지. 도시를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음산하고 꺼림직했다. 여행자의 감은 틀리지 않은 것인가. 그 순간 까마귀 떼를 만났다.
가로수마다 까마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포틀랜드에서의 환상은 그렇게 끝이 났다. 까마귀 떼는 이 도시에 대한 내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더 이상 도시를 걷고 싶지 않았다. 아름다웠던 도시 풍경 속 똥으로 뒤덮인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비둘기 한 마리에도 긴장을 하게 됐다.
어두워진 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아름답기만 했던 도시는 공포로 다가왔다. 또다시 까마귀 떼가 덮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채 숙소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포틀랜드의 아름다운 순간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포틀랜드의 마지막엔, 비가 내렸다.
내 기분을 알기라도 한 걸까. 포틀랜드를 떠나던 순간. 비가 쏟아졌다. 비 오는 날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즐기는 낭만 같은 건 없었다. 내겐 그저 우울한 도시일 뿐이었다.
내게 포틀랜드는 그렇게 기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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