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furt am main, Deutschland
"축구는 너무 바보 같아"
"그딴 게 뭐가 재밌다는 거지?"
지금 축구에 미쳐 사랑에 빠져 있는 내가 6년 전에 입에 달고 다녔던 말이다. 운동장에서 공 하나로 우르르 왔다갔다 뛰어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난 이해가 안됐다. 축구를 왜 하는건지!!
축구를 보는 것도 월드컵 시즌에 한국 경기가 있으면 그것만 봤다. 많이 뚱뚱했던 탓에 뛰어다니는 스포츠를 꺼려했던 탓도 있었다. 조금만 뛰어도 너무 힘들었다.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를 자주 했고, 항상 투수만 했다.
Salzburg, Österreich
그러다가 중학교에 들어가서 축구 대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 축구 못하는데.... 그리고 너무 싫은데......'
키가 크다는 이유로 친구들은 나를 수비수나 골키퍼로 세웠다. 중학교 교내 축구 대회에 별거 있으리... 그냥 공 오면 막고 우리 편 골대 반대로 차면 그만이였다.
근데 이 느낌은 뭐지..
재밌다.. 그리고 공이 발등에 맞아 뻗어나갈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대회를 거듭할수록 친구들의 칭찬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나보고 수비를 잘한 단다. 자신감이 생겼다. 학교에서 강제로(?) 참여해야 하는 체육 시간과 축구 대회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축구에 빠져 드는 나를 발견했다.
주말에는 많으면 하루에 6시간... 학교 끝나고도 언제나 축구였다. 실력은 우상향... 하지만 당연하게도(?) 성적은 우하향이였다. 외고에 진학해볼 생각 없냐고 말씀하셨었던 담임 선생님^^...
Strasbourg, France
평균 90을 넘던 내 점수는 축구와 함께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평균 30대로 뚝 떨어졌다. 국어 시간에 배웠던 곤두박질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듯.. 부모님과의 갈등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축구에 빠져들면서 자연스럽게 축구 중계를 보는 횟수도 늘어났다. 당시 나는 바르셀로나 사비(Xavi)와 이니에스타(Iniesta)의 플레이를 좋아했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열정적인 스페인어 해설이 너무 재밌게 들렸다.
"GOLAZOOOOOO para Andres Iniesta!"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멋진 골입니다!)
생방송은 물론이고 항상 스페인어 해설과 함께 유튜브에서 그들의 플레이를 감상했다. 당시 내 하루 일과는 아침 먹고 축구하고 저녁 먹고 축구 보고 다시 취침 이였다.
외고는 무슨....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초등학교 때는 그렇게 멀게 느껴지던 게 현실로 다가왔다. 평소 잦은 운동으로 인해 살도 많이 빠지고 몸은 건강해졌지만 머릿속은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찼었다.
Friedrichsfeld, Deutschland
꿈이 뭔가요?
"Aㅏ... 글쎄요... 모릅니다."
그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거...? 공부는 저리 가라 머릿속에는 축구 뿐이요! 그나마 자신 있는 건 영어와 스페인어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독일어를 배우게 되었다. 학교에서 독일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신청했다. 수업료와 교제 무료...
언어 공부는 내가 유일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공부였다. 축구 하면 또 독일 아니겠는가.. 스페인어도 그렇고 독일어도 축구 중계 덕에 많이 들어보았기에 어렵지 않았다. 말이 술술 잘 나왔다. 선생님은 항상 나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셨다. 나도 내 자신이 신기했다.
2년 간 그저 재밌어서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왔던 것이 엄청난 도움이 되었나보다.
Allianz Arena, München, Deutschland
혼자서 야매로 배우던 스페인어와는 달리 독일어는 주기적으로 수업을 받았다.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그러다 보니 축구 뿐만 아니라 이래저래 독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독일 문화에 관심이 생기고 독일인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했다. 독일에 가보고 싶었다. 축구도 보고 싶었고... 내가 배운 언어로 현지인들과 소통해보고 싶었다.
근데 바쁘신 부모님... 가족이랑 같이 갈 상황이 안되었다. 그러다 지루한 학교 수업을 듣던 와중에 문득 해답이 떠올랐다.
' 그냥 혼자 가지 뭐.. '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 그래? 그럼 방학 때 갔다 와~ 대신 아무것도 안도와줄꺼야"
오우예~! 그렇게 나의 생애 첫 유럽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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