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독재자의 딸 꼴보기 싫어서 돈 모아 나라를 뜨려던 시절에,,,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었습니다. 아시아, 유럽, 남미. 많은 여행기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나라는 라오스였습니다. 느린 나라. 바람도 쉬어간다는 나라. 어쩌면 시간도 쉬어갈지도 모르는 나라. 너무 바쁘게만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대인으로서 너무 부러운 나라였습니다. 라오스에 여행 갔다가 눌러앉아 버리면 참 좋겠다 생각했을 정도였지요. 그러다가 유럽 여행 에세이에 빠져 있다가 재밌는 책을 만났습니다.
일상 여행자라는 책. 응!!! 일상 여행자?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작가였습니다. 집도 여행지. 회사도 여행지. 뒷산도 여행지. 출근길도 동네 슈퍼 가는 길도 여행지. 어디든 마음먹기에 따라 여행지가 되더군요. 안방에서 화장실 가는 길도 여행지였습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어디든 여행지가 되는 일상 여행자. 일상이 여행인 사람. 아, 그래. 우린 여행자지.
우린 어쩌면 이 세상의 불청객인지도 모릅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한 여행자의 길. 인생은 나그네길이라는 말처럼요. 그렇게 우리는 일상을 여행처럼 느끼며 여행처럼 생각하며 여행처럼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애는 축구장만 보면 뜀박질 본능이 솟구칩니다. 녹색이 좋은 건지, 넓은 들판이 좋은 건지. 하지만 축구장엔 늘 축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원래 조기축구는 아침에 하는 거 아닌가요? 휴일에 공원에 가면 아침부터 밤이 어두워질 때까지 축구를 합니다. 조기축구가 아니라 점심축구 저녁축구인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아들을 잡으러 갑니다. 축구장만 보면 달려나가는 아들을 잡는 느릿한 아빠.
아들은 보란듯이 달려가서 인조잔디에 엎드리고는 녹색을 느낍니다. 그러고는 해맑은 웃음을 지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아니 미소. 천사의 미소. 그런 아들의 장애인등록카드가 오늘 나왔습니다.
복지카드
김ㅇㅇ
장애정도 중증
아내는 오늘도 한바탕 울었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인 여행인데, 그래 첫날은 울어보지 뭐.
아주아주 긴 여행이 될 겁니다. 너무너무 길어서 이젠 그만 집에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긴 여행이 될 겁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여행이 될 겁니다. 여행이 너무 길다고 투정부릴 수도 없고, 중도하차할 수도 없는 여행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즐겁습니다. 여행이니까요. 어차리 덤으로 사는 삶, 덤으로 시작한 여행입니다. 알몸으로 태어나 옷 한 벌 걸쳤고, 직업도 가졌고, 결혼도 했고, 아들도 있고. 얼마나 많은 걸 얻었는지요. 이렇게나 많이 얻었으니 아들과 함께 할 평생의 여행은 덤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들을 더 많이 오래오래 끝까지 함께 사랑하라고 주신 선물입니다. 그래서 즐겁습니다. 너~~~무 긴 여행이 되겠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여행 경비가 많이 모자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저는 투잡 쓰리잡을 하렵니다. 직업이 2개면 어떻게 3개면 어떻고 4개면 어떤가요. 본업에 부업에 부부업에 부부부업을 하며 평생을 함께 여행할 아들과 함께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살렵니다. 여행하듯. 잠시 들렀다가 가는 이 세상이니까, 오래오래 행복해 하며 지치지 말고 천천히.
여행지 정보
● 인천광역시 갈산2동 신트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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