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다이빙 여행-8 Casa Pilar Beach Resort
인간에게 먹는다는 과정이 없다면 세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되었을 것이다. 먹기 위해 산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먹는 즐거움은 인간이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특히 나선 곳으로의 여행은 맛보지 않은 새로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보라카이에는 전세계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음식 종류도 많고 가격이 정말 싸다. 여기 저기 맛 있는 요리를 찾아 다니는 게 여행의 목적처럼 되어 버렸다. 우리가 묵는 호텔 바로 옆 Casa Pilar Beach Resort 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점심 먹으러 갔다.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해변이 바라 보이는 멋진 경관이 있는 곳에 식당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Casa Pilar Beach Resort
이 식당 메뉴판은 조그마한 칠판만하다. 그림보고 각자 한 두 가지 요리를 시켰다. 볶음밥, 파스타, 구운 돼지고기, 돼지고기 수프, 새우 수프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A 와 K는 매운걸 정말 좋아해서 매 끼니 마다 필리핀에서 나는 무지하게 매운 작은 고추를 시켰다. 나는 매운걸 보기만 해도 땀이 날 정도로 매운걸 못 먹는 편이라 그들이 음식을 맵게 해달라고 할 때마다 짜증이 났다.
식사 후 resort 안쪽으로 들어가 봤는데 인적 없는 아름다운 수영장이 홀로 놓여 있었다.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식당 매니저에게 수영장에 한번 들어가 봐도 되는지를 물었더니 웃음만 지을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때 K가 절대 안 된다고 밥 먹었다고 수영장을 이용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아주 진지하게 얘기했다. 대단한 일도 아니고 농담조로 한 얘기를 정색을 하며 반박해서 기분이 조금 언짢았다. 주장이나 신념이 강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다른 사고를 이해하는 능력은 부족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hilippines Children
식당을 나와 바다로 들어가 수영을 하는 중에 까만 아이 하나가 내 수경을 빌려 달라고 했다. 그는 관광객들이 버글거리는 이 아름다운 섬 안 쪽, 거의 쓰레기장 같은 판자집에 사는 원주민처럼 보였다. 수경을 처음 써 보는지 신기해 하며 물속을 이리저리 헤졌고 다녔다. 가진 게 없어도 아름다운 바다에서 수영하고 맑은 공기와 자연을 바라보며 걱정 없이 하루하루 사는 이들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필리핀은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이다. 부자는 자가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쇼핑을 다닐 정도이고 상당수의 국민들은 판자집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 가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누나와 그를 데리고 K가 있는 Café로 와서 사진을 찍어 주었더니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했다. K 에게 100 페소를 빌려 근처 편의점으로 갔는데 그가 사달라는 포장된 외제 아이스크림 두 개 사기에는 돈이 부족했다.
기계에서 빼는 아이스크림 두 개를 60 페소에 사고 나머지 잔돈으로 다른 걸 사 먹으라고 주고 수경을 너무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다음에 만나면 주겠다고 약속을 했어나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그 때 그냥 줄 껄 하는 후회가 들었다. 행복은 잘살고 못살고의 문제가 아니다. 가진 게 없다고 자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욕심만 줄일 수 있다면 무소유가 더 자유스러울 수도 있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가지 걱정”이라는 속담도 있듯이 분수 이상으로 많이 가지려는 욕심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