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댄스라 하면, 어딘가 모르게 20대와는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또한 사람을 사귀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사실! 수지와 병현의 인연은, 이 사교댄스로부터 시작되었다.
대학 교양으로 열린 <사교댄스의 이해> 수업, 그곳에서 그들은 파트너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시작부터 어긋나는 두 사람의 파트너쉽! 아무리 연습을 해도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그들의 춤은, 보통의 사교댄스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두 사람의 키 차이로부터 비롯되었다. 큰 키를 가진 수지와 작은 키를 가진 병현. 남자가 여자를 리드하고, 여자는 이에 따라가며 음악에 맞추어 스텝을 즐겨야 '하는' 사교댄스에서 그들의 키차이는 노력만으로는 넘기 힘든 물리적인 한계로 다가온다. 하지만 누군가 포기하려 하면, 누군가 용기를 불어넣어주며 마지막 발표회를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
그렇게 이것은 우리만의 춤이 되었다.
사교댄스라는 것이 남자가 여자를 리드하고, 여자는 이에 따라가며 음악에 맞추어 스텝을 즐기는 춤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춤에 있어 성별에 따른 역할이 존재한다는 것이 21세기에 맞는가, 싶다가도 사교댄스의 시작은 꽤 오래 전의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그랬겠지, 싶다. 어쨌든 이러한 사교댄스의 정의에 따르면, 병현은 수지를 리드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보다 큰 수지를 이끈다는 것은 단지 힘의 문제를 넘어서 춤의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을 수 밖에 없다. 허리를 감싸고 팔 아래로 통과시키며 자유자재로 여자를 리드해야 하는데, 팔의 길이를 넘어서는 수지의 키를 도대체 어떻게 통과시킬 수 있겠느냔 말이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키로부터 야기된 두 사람의 상처는 춤을 방해하는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래 여자들보다 큰 키를 가진 수지는 늘 조금이라도 더 작아보이기 위해 한껏 온 몸을 움츠리고, 또래 남자들보다 작은 키를 가진 병현은 조금이라도 더 커보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키를 부풀린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들. 하지만 그들은 그 부작용들을 기꺼이 떠안으면서, 키로부터의 해방을 꿈꾼다. 그 때 <사교댄스의 이해> 수업에서 서로를 만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소망을 충족한 상대이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두 사람 뿐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로, 끝까지 춤을 추기로 다짐하는 그들은 그들만의 춤을 그려내기 시작한다. 그들만의 이해로 새롭게 사교댄스를 정의하기 시작한다.
나는 수지처럼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큰 편이다. 그래서 나도 한 때는 수지처럼 마냥 커보이는 내 자신이 싫었던 적이 있었다. 남자아이들보다 큰 내가 거인 같아 보였다. 나를 한 품에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우울하기도 했었다. 물론 지금도 아담한 키의 친구들을 보면 가끔 그들의 아기자기함이 부러울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그들의 사랑스러움을 따라가기는 커녕, 흉내내지도 못 할테니까. 그래서 수지를 보며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괜한 자존심에 '나보다 키 작은 남자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 큰 소리치며 병현처럼 키가 작은 친구들을 은근히 피해다녔던 과거의 내가 떠올라 참 많이 부끄러웠다.
이제는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단순히 외적인 특징만으로 발생하는 선입견만으로 단정짓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별것 아닌 한 가지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사실 정해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남자가 여자를 이끌어야 하는 타당한 이유 없이 그저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해왔으니까, 라는 말로 얼버무려진 많은 상처들. KBS 드라마 스페셜 2019, <사교-땐스의 이해>를 보며 다시 한 번 스스로의 경각심을 바로 세웠다.
다수라는 이유는 타당한 근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 것!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tv/83893-kbs?language=kr-KR (2019년 없음, 2010년 버전만 존재하여 대신함)
Critic: 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