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는데 피로가 가시질 않았다. 오늘 부산까지 운전을 해야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야 했지만,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을 정리하다가 늦게 잠들었기 때문이다. 저녁 운동을 거르고 컨디션 조절을 해도 될 법 했지만 스스로를 너무 자만한 문제도 있었다. 피로감과 아랫배의 통증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요즘 들어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없어 낯설었고 무척이나 불쾌했다.
짐을 챙기는데 왜 이렇게 집이 지저분해 보이는지 짜증이 났다. 아마도 내 마음이 지저분해서 그런 거겠지...
허둥지둥 짐을 챙기는 와중에 첫째가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다. 원하는 카멜레온을 그려줬는데 뚱뚱하다며 화를 냈다. 아마도 내가 화를 품고 있어서겠지...
아내가 커피와 김밥을 사기위해 갓길에 비상등을 켜놓고 잠시 기다리는데 어느 한 차가 경적을 울리더니 창문을 내리고 욕을 하며 지나갔다. 아마도 내가 욕을 하고 싶었던 거겠지...
운전을 하면서 가는데 어느 한 차가 난폭운전을 했다. 나와 옆에 있던 차는 그 차를 피하기 위해 급정거를 했다. 아마도 내 마음이 난폭했겠지...
집에 거의 다 와갈 때 쯤 사소한 문제로 아내와 다툼이 있었다. 아마도 내 마음이 다투고 있었겠지...
집에 도착한 후 어머니 생신 케익을 사러가는데 횡단보도에서 택시와 살짝 접촉이 있었다. 아마도 내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였겠지...
집으로 돌아온 후 아내와 화해를 했다. 어머니와 형님 가족을 만났고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집에 있는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몇 페이지 읽었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을 휩쓸었던 불안과 화를 빨리 밀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