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 자격증을 따기 위해 주말마다 학원에 다니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온종일 수업을 듣다 보면 체력이 많이 빠진다. 더욱이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더 지치기 마련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늘은 비까지 내렸다. 으슬으슬 추운 날씨에 많이 웅크린 하루였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심하게 피로가 몰려왔다. 며칠 동안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 탓도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체력이 남아도는 아이들은 내가 집에 온 것을 반기는 것보다 새로운 놀이 대상이 나타난 것에 대한 기쁨으로 환호성을 질러댔어. 모르는 척할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쩌랴 저렇게 반기는데! 열심히 동화되어 놀아주는 수밖에... ^^;;
요리하기 놀이를 하는데 첫째가 조금 졸려하는 낌새가 있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 밥 먹고 양치하고 일찍 자자~라고 말했지만 씨알도 안먹혔다. 오히려 오랜만에 구리에 있는 삼촌 집에 놀러 가고 싶다고 했다. 평소에 고집을 부리지 않는 첫째인데 오늘따라 유난히 떼를 쓰며 가고 싶다고 했다. 생각하 보면 몇 주 전부터 한 번 가자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내 잘못이 컸다. 사촌 동생에게 전화를 해보니 마침 집에 있다고 했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나서 아이 둘을 데리고 사촌 동생 집으로 향했다.
막상 출발하고 가는데 비는 내리고 너무 어두웠다. 그리고 저녁 먹을 때부터 졸려 하던 첫째의 목이 꺾이기 시작했다.
윤아 졸려?
아니, 괜찮아.
안 괜찮은 거 같은데. 졸리면 집으로 갈까?
아니, 괜찮다니까! 아빠 운전 조심히 해.
그래. 알았어. 아빠 운전할 게
잠시 후 옆을 보니 완전히 퍼져서 잠이 들어 버렸다. 나도 피곤하던 차에 잘 됐다 싶었다. 그래도 차를 돌리기 전에 혹시나 해서 말을 걸었다.
윤아, 자?
(화들짝 놀라며) 아니, 안자는데.
방금 자고 있었던 거 같은데?
아니야. 아빠. 얼른 가자.
그래. 알겠어.
나는 분명히 봤다. 첫째가 자고 있는 걸! 그런데 말을 걸면 귀신같이 일어나 대답을 했다. 결국 집으로 차를 돌리지 않고 사촌 동생 집에 다다랐다. 주차하고 아이를 깨우니 힘들게 일어나며 안아 달라고 했다. 잠 오면 그냥 집으로 갈까? 라는 한 마디에 언제 칭얼댔냐는 듯 씩씩하게 앞장서는 첫째... 그렇게까지 놀고 싶은 거냐? ㅋㅋㅋ
우리가 도착했을 때 마침 작은어머니도 집에 와계셨다. 우리 아이들을 친손주처럼 예뻐해 주시는 작은어머니 덕에 과일이며 고구마를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아이들은 삼촌에게 달라붙어 그림을 그리고, 석고 장식품으로 놀이를 했다. 요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있어서 가지고 놀 게 많았는지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했다. 두어시간을 놀고나서 내일 어린이집에 가야 하기 때문에 늦지 않게 나서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돌아오는 길에 출발한 지 3분도 안 되어서 잠이 들었다. 부럽다. 놀다 지쳐 잠드는 너희들이... 아빠가 너희들을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주마. 그게 내 사명이니까.
아이들을 재우고 씻고 나왔더니 피로가 가셔서 글을 남긴다.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일찌감치 함께 잠들어서 글도 못 썼을 텐데 고맙게 생각해야겠다. 어쨌든 오늘도 아이들이 있어 행복한 하루다.
언제나 세상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길 바란다. 놀 때 확실히 놀고 잠도 잘 자기를...
고마워. 사랑해. 축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