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란 작가의 책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을
읽다가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
더 많이 팔렸다고 쓰인 부분을 보았다.
‘그래? 그럼 지금 이 책보다 더 괜찮겠네?’란 생각에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 놓았다.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빛깔을
갖고 태어납니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이 특별합니다.
부모들이 할 일이란 그저 아이들이
갖고 태어난 그 빛깔을 더욱 곱고 선명하게
살려내는 것 뿐, 내 맘대로 칠하기엔
아이들은 너무 귀하고 소중한 보물입니다.
(중략) 여러분,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세요.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축복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
프롤로그부터 울림이 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축복입니다.’....
키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라..
이 글귀를 읽으니
육아가 힘들다고 징징댔던 나는
참 행복한 투정을 부리고 있구나 싶었다.

#1 (p.37, 39) <집은 사람을 위해 있다>
집이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당신이 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려면
너무 쓸고 닦지 마십시오.
나는 하루 일과 중에서 가장 노동력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 무언가 곰곰이
따져보았다. (중략) 시간과 신경을 제일 많이
쓰는 일은 아무래도 청소였다. (중략) 하루에
대여섯 번씩 치워도 쓰레기통이고 안 치워도
쓰레기통이라면 차라리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중략) 밥이나 빨래는 안하면 당장 불편이
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사실 청소는
안한다고 해서 당장 큰일 나는 일이 아니잖은가.
오히려 청소 때문에 쓸데없이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훨씬 크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손해는
어이없게도 아이들을 괴롭히게 된다는 점이다.
‘이제 청소해놨으니까 어지르지 말아야 돼’라는
명령처럼 아이와 엄마를 다 구속하는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이 명령이 지켜진다면
곧 아이들의 자유를 빼앗는 꼴이고,
만약 안지켜진다면 엄마의 짜증을 촉발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명령이다.
이 책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이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신혼이었을 때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언니의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주방에 식기세척기가 있기에
설거지하기 편하겠다며 그릇이 잘 닦이는지
물어봤었다.
그 때 언니는 이렇게 대답해줬다.
“무엇보다 식기세척기가 있어서
아이들과 30분이라도
더 놀아줄 수 있으니 좋아”
아이 있는 집을 가보면 보통 깨끗한 집이 많다.
매일 청소를 한다고 하기에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첫째녀석을 낳고 집에 있으니 청소만 하게 됐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먼지들이
숨어있다가 나만 기다린 것 같았다.
혹시라도 아이에게 해가 될까봐 보이는 족족
물티슈로 닦고 또 닦아댔다.
복직을 하고 나서는 청소에 헐렁해졌지만,
둘째녀석을 낳고나서 또
매일 청소에 열을 올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아침에 공들여 청소를 해놔도
첫째녀석이 놀고 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럼 또 그 다음날 청소하고, 정리하고
1시간 이상을 쏟아낸 것 같다.
청소하는데 소비되는 1시간은
참 소중한 시간이다.
아이만 바라보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그 당시에는 언니의 말이 잘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에 와서는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려면
너무 쓸고 닦지 마십시오.”
“하루에 대여섯 번씩 치워도 쓰레기통이고
안 치워도 쓰레기통이라면
차라리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청소에 집착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먼지는 좀 쌓이겠지만
두 녀석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고,
청소로 버려지는 시간을
두 녀석과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어질러진 집에서
상상력도 키울 수 있다는데..
하루 이틀 청소 안 해도 괜찮지 않을까..
#2 (p.64)
아이는 자기가 흥미를 가지면
저절로 배우게 되어 있다.
그걸 엄마의 흥미나 욕심에 맞추어 억지로
가르치려 든다면 역효과만 나게 마련이다.
교과서에 그렇게 쓰여 있잖은가.
조기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게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갑자기 남의 말에
휘둘려서 중심을 잃고는 내 뜻대로 안된다며
아이를 괴롭힌 게 어리석은 것이다.
문제는 지나친 욕심 때문에 중심을 잃는 것이다.
"아이는 자기가 흥미를 가지면
저절로 배우게 되어 있다."
내가 그랬기에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나는 초등학교 때 공부를 한 기억이 없다.
어떻게 한글을 읽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시험이 다음날이었어도 신경쓰지 않고
동네 아이들이랑 놀기만 했었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공부가 싫다기보다는
관심이 없었다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 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좋은 영어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공부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예습이란 것도 했던 것 같다.
공부에 재미를 느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냥 알아서 하게 되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시험을 보고나면 칠판 옆에 점수와 등수표를
붙여놨었는데, 그걸 본 친구들이
나를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경험이 있기에
내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조기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란
말도 있지 않은가.
관심이 생기고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조금 늦게 출발해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p.73 - 74)
세 아이의 적성 찾기 과정을 늘어놓다 보니
부모가 아이 인생을 설계해 주겠다고 나서는 게 얼
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들보다
조금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인생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고,
따라서 그들의 인생을 설계해 주어야 할
책임감 같은 걸 느끼면서 산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것은 곧 아이에게서
자기가 살아갈 인생을 빼앗는 일이 아닐까.
적성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를 맞아
젊은 부모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아이가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낼 때까지
아이의 작은 몸짓,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아닐까.
‘내 뜻대로’가 아니라 ‘아이 뜻대로’
사는 모습을 보려면
무엇보다 부모들의 ‘참을성’이 필요하다.
#4 (p.107- 108)
예부터 내려오는 말 중에서 언제 들어도
참신한 것 중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부모 노릇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에게 나는 이 말을 자주 인용한다.
당신들의 자식은 부모노릇에 서툴기 짝이 없는
당신들 밑에서 자라면서 얼마나 자식 노릇하기
힘들지 한번 생각이나 해보았느냐고 물으면
다들 깜짝 놀라는 것 같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조금만 되돌아보면,
부모가 마음에 안 들때마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을 탓하며 얼마나 억울해하고 속상해 했던지
떠올릴 수 있으련만, 자신이 부모가 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어찌된 셈인지 아이들에게 신처럼
군림하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산다.
“당신들의 자식은 부모노릇에 서툴기 짝이 없는
당신들 밑에서 자라면서 얼마나 자식 노릇하기
힘들지 한번 생각이나 해보았느냐고 물으면
다들 깜짝 놀라는 것 같다. ”
나 또한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 글귀를 보고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문득 ‘내가 나의 엄마라면
나와 같은 엄마를 좋아할까?’ 란 생각을 해봤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아이와 나 사이에 대입을 해보니,
부족한 엄마 밑에서 첫째녀석도 자식노릇하느라
꽤나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도 힘들었겠구나, 너도 힘들구나’
내가 엄마인 게 억울하고 속상하지 않도록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해봐야겠다.
이 책은 세 아들을 키우면서 느낀 것들과
에피소드를 써놔서 육아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첫 번째 책보다는 지금의 모습에
더 적용이 잘 됐다.
글 주제마다 아이의 모습을 담은
또는 아이와 함께 찍은 흑백사진을 넣어 놨는데,
그걸 보니 과거의 엄마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
과거의 내 어릴 적 모습과 지금 두 녀석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아이들이 크는 만큼- 본문 내용 중 -
나 자신도 함께 커가는 것을 느낀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담긴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무한한 신뢰를 받는
기쁨 속에서 나 역시 인간에 대한
신뢰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말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또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은은한 아기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작은 체구지만 늘 따뜻함을 전해주는
두 녀석과 함께인 지금이
참 좋구나란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