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침에 학교의 모든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아침 산책으로 학교 뒤에 있는 산을 올랐습니다. 주제통합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교과통합 혹은 교과외 활동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연계하여 실시하는데 그 중 한 부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산을 오른다는 말에 죽을 상을 하며 안 가면 안되냐고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화창한 날씨 때문인지 완연한 봄의 기운 덕인지 그도 아니면 그냥 함께 다같이 하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산길을 걸으며 즐거운듯 웃고 떠들며 잘도 산을 오릅니다. 학교 뒷산에는 임진왜란 때 왜구에 맞서기 위해 만든 성터가 있습니다. 거기에 올라 주변 경관을 보고 기념 사진도 찍었지요. 교실 안에서 만나던 때의 표정과는 다르게 한층 밝고 활기찬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산을 오르며 같이 떠들기도 하고 가파른 곳에서는 서로 손을 잡아 주기도 했기 때문인지 서로 더 친하게 대하는 거 같기도 합니다. 산을 올라오다 중간에 선두에서 길을 잘 못 들어 없는 길을 만들어 원래 등산로로 가기도 했었죠. 힘든 일을 함께 겪으며 서로 힘을 합쳐 헤쳐나왔다는 사실이 서로를 더 친근하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한 선생님께서 "산에 함께 오르니 아이들이 더 활기차고 밝다며 자주 나와야 할 거 같아요."라고 말하셔서 급 공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호연지기'라는 말을 떠올리기도 했죠. 작은 교실에 갇혀 아웅다웅 했던 모습이 산 위에 올라 바라보니 보여지는 크기만큼이나 작은 일이라 생각되어 버립니다. 그 때는 나름 심각한 것들이었는데 말이죠.
산을 오르며 틈틈히 아이들 사진과 주변 풍경 사진을 담았는데요. 그 중 일부를 올려봅니다.
어디선가 솔솔 달콤한 향기가 나더니 아카시아 꽃이 만발해 있는 것이 보이네요. 향기도 향기지만 꿀로도 많이 알려진 아카시아 꽃입니다.
산 정상에 있는 성터의 성벽입니다. 힘들어서 숨이 차오르는 가운데 만난 성벽은 정말 반가워서 다가가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어요.
성벽 위에 올라 바라본 풍경입니다.
산행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는데 지난 글(갑자기 변해버린 것은 없다. 세심함이 필요하다.)에서 언급했던 잘린 나무 밑둥에서 새로이 자라나던 나무가 보이더군요. 잎을 무성하게 매달고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대견하게도 느껴져서 손으로 한번 쓰윽 쓰다듬고 왔네요.
학교 뒷산 산행을 하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남짓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산행을 통해 서로 도우며 산 정상까지 오르고 그 과정에서 자연과 계절의 바뀜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전혀 아깝지 않은 2시간이었습니다. 전날 '사랑, 시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시를 짓고 시화로 꾸며 전교생이 모여 시낭송회를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 전에 이 산행이 있었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을 가져보았습니다. 뒷산 산행을 시작할 때 엄살을 피우며 정상까지 못 올라갈 것이라고 했던 아이들이 결국 누구하나 낙오하지 않고 정상을 오르고 기분좋게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힘들 때 손을 잡아 도와주기도 하고, 실없는 농담과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웃어주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날 아침 산행은 함께 하는 활동에 대한 소중함과 더불어 완연한 봄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