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ón to Villavante
어제 잠깐 와인을 마시며 오늘 난 어디까지 가야 할까? 라는 질문에… 한의쌤은 묻지도 말고, 생각하지도 말고 Villavante로 가라고 하셨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 이른 아침 우비를 입고 길을 나선다. 지도도 없고 헤드렌턴도 없고.. 먼저 가는 순례자들을 조용히 뒤에서 따른다. 아래 사진을 찍은후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멍때리고 있을때 만난 일본인 리에코... 아.. 아마도 그녀를 만나지 못했으면 오늘 Villavante에 들어오지 못했을 거다. 그녀가 가진 지도 덕분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꺽어야 함을 알았으니까.. 이정표에는 빌라반테라로 표기되지 않았고, 그 전 마을로 표기되어 있어서 전혀 알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길에서 만난 나의 카미노 천사 리에코 완전 감사했던 순간이었다.
빗길을 걷는 건 힘들다. 더군다나 진흙 길은 더더욱 힘들다. 한발 한발 들어 올릴 때 마다 따라붙어 오는 진흙들.. 천근 만근 무거워진 신발. 리에코와 함꼐 옆으로 잘 피해서 좀 나아 보이는 길로 걸어 봐도 뭐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도 우린 행복했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정말 즐겁게 웃는 리에코와 나. 빗소리에 우리의 웃음이 스며들고 그 빗물이 행복함으로 우리에게 내린다.
걷는 길 내내 내리는 비.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움.. 그림을 그린후 비를 뿌리면 저런 풍경이 나올까? 리에코에게 나는 말한다. 수용소 같은 알베르게에서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샴푸로 머리도 못감아서 머리까락은 늘 뻣뻣하고 비가 와서 걷는 것도 힘들고 코고는 소리에 깊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그런데도 너무너무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이렇게 평화롭고 즐거울 수가 없다고...이 길을 걷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여 감사한 마음이 늘 떠나지를 않는다고….
나의 말에 리에코가 하는 말.. 이 길은 천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고 그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길을 걸은 순례자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그들의 간절함 소망, 사랑, 믿음 애환 그 모든 에너지가 이 길 위에 있고.. 내가 느끼는 행복은 그러한 이 길의 에너지라고.. 이 길의 에너지가 그렇게 강한 거라고 설명을 한다. 그렇다. 리에코가 말하는 이 길의 에너지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본질적인 나. 그런 나는 매일 매일이 새롭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 질 수 있는 사람 이었구나. 라고 매일 느끼고 걷다 보면 감사함은 그냥 저절로 나오는 거 같다.
사실 카미노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오랜 시간 깊은 잠을 아루지를 못했음에도 하나도 피곤함을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보면 모든 게 고생스럽게 보인다. 거칠어진 피부에 까많게 늘어난 기미와 주근깨들.. 거칠어진 발에 잡힌 물집, 아픈 허리… 그럼에도 마음이 평화롭고 걷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까미노를 500프로 넘게 즐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 그러나,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 행복을 다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부푼 기대를 안고 왔다가 생각과 전혀 다른 생활에 중간에 많이 되돌아 가기도 했고, 많은 이들이 고생 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짜증과 불평을 하기도 한다. 내가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이 같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절대 함부로 추천할 수 없는 여정의 길이라고도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은 28KM를 걷는 내내 비바람이 불었다...끝이 보이지 않는 진흙탕 길과 자갈밭 길을 반복해서 걸으며 또다시 발에 물집이 잡혔다. 그러나 그 속의 풍경은 또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하얗게 내리는 비, 그 끝에 가지런히 서 있던 노오란 단풍나무의 색을, 그 아름다움을, 환상적인 그 그림을 난 영원히 잊지 못 할 거 같다. 한의쌤의 추천이 너무 고마운 순간들이었다.
회사를 다닐땐 시간에 끌려 다녔는데…, 여기 까미노에서는 내가 시간을 끌고 간다.
나.는. 이. 길.을. 무.척. 사.랑.하.고.있.다.
비바람를 맞으며 듣는 리에코의 러브스토리는 영화 같았다. 사랑의 설레임이 빗방울이 되어 내 얼굴에 흘러내리는 걸까? 빗물이 달콤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이기에 그녀의 아픔도, 간절한 소망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그녀.
리에코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체한 듯 답답한 느낌이 밀려와 멍하니 서 있어야만 했다. S군과 C양은 커플인듯 커플이 아닌 커플이라 그쪽과 같이 가기는 싫고, Y언니랑은 더더욱 싫고, 혼자 가는 것도 너무 싫고 그래서 제일 만만한 나를 쫒아 왔다는 K군. 투덜이 스머프. 아니! 아니! 투덜이 스머프는 귀엽기라도 하잖아. 그렇다. 늘 나에게 징징거리며, 짜증과 화를 잘 내는 K군이 알베르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