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os to Ferreiros
왜 이 길에 왔는지를 이야기하며 본인의 크고 작은 꿈들을 이야기 하는 꿈 많은 쉬에르보, 그 꿈들과 함께 있는 가족 그리고 그 속의 아버지.
아.빠.
쉬에르보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하는 나. 가슴이 뻐근해진다.
꿈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아파지는데 거기에 아빠라는 단어가 더해져 내 마음을 울린다.
늘 언제나 꿈을 꾸고 싶었고, 그렇게 늘 내 심장을 뛰게 하는 크고 작은 꿈들을 꾸었다.
그리고 나에게 언제부터인가 아픔이 되어버린 단어.
꿈.
...
아.빠.
....
어디가 시작이었나?
병원에 갔을 때부터였니?
아니… 그 후에도 난 작은 다른 꿈들을 꾸었던 거 같아.
그럼 언제였을까?
….글쎄..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그럼 나의 꿈이 하나씩 지워진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것도 어디가 시작인지는 모르겠어...
왜 지워야 했니?
...
어떤 꿈들이 지워졌니?
….
온몸과 마음을 다해 간절히 그 꿈들을 꾸었니?
그래서 그렇게 아픈 거였니?
…
그보다... 다시는 꿀 수 없는 꿈들이 되어 버려서...
.
.
.
모든 것들은 다 때가 있는 거 같다.
큰 꿈이건 작은 꿈이건 꿈을 꿀 때…
그 소소한 꿈들을 이루어야 할 때…
사랑할 때…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 때…
....
때를 놓치고 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영원히…
꿈이라는 것도 한번 어긋나면 다시 만나 지기가 너무 어려우니까… 어긋나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거 같다.
때로는… 소소할 수 있지만 다른 어느 것보다 너무너무 소중한 어떤 꿈들은 내가 그 어떤 노력이나 행동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마치 누군가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확 빼앗아 가듯이 내가 놓지도 않았는데 내 손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꿈을 꾸었던 싸늘한 기억들만 남는다.
그리고 나는 칼날로 변해버린 그 기억들에 찔려 아파해야 한다.
시간이 많은 거 같아도 어쩌면…그렇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쩌면 할 수 있으면, 소중한 그 소소한 꿈들은 지금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손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기 전에…
….
내가 먼저 물어본 쉬에르보의 목적지는 신기하게도 나와 정확히 같았다. 어제 무리를 해서 그런지 Ferreiros로까지 걷는 길은 무척 힘들었고, 알베르게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저녁때가 다 되어서였다. 비 오는 날씨에, 산이라 금방 어두워지는 시기에, 오늘따라 걷는 사람 아무도 없는 길에 쉬에르보가 아니었으면 화살표도 잘 보이지 않는 이 먼 길을 혼자 어떻게 걸어왔을지 까마득하다.
이곳 알베르게는 나쁘지 않다. 나는 몰리나세까에서 나에게 소리친 아저씨 사건 이후로 공립 알베르게는 되도록 가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때로는 공립 알베르게가 또 때로는 사립 알베르게가 좋은 거 같다. 하지만 두 곳의 느낌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모랄까….분위기가 공립은 더 따뜻하고 사립은 조금 차갑다. 개인적으로는 공립 알베르게의 분위기를 훨씬 많이 좋아한다.
공립은 값이 조금 저렴한 대신 시설이 별로 좋지 않다. 그러나 많은 순례자와의 소통이 열려 있다. 예를 들면 순례자들이 다 같이 음식을 해서 다 함께 먹기도 하고, 또는 그룹으로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같은 그룹이 아니어도 같이 나누기도 하고, 있었던 일들을 서로 물어봐 주고, 아픈 사람이 보이면 약도 나눠주고 훨씬 더 따뜻한 느낌. 그렇기에 내가 또 더 많이 챙겨줘야 하는 경우도 많다.
사립은 가격이 공립보다 조금 더 나가고 시설이 조금 더 좋을 수 있다. 또한 같이 걷는 그룹으로의 분리가 훨씬 더 명확하다. 개인적인 느낌도 더 많이 나고,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가 조금 냉랭하기도 하다. 같이 걷는 그룹이 없으면 혼자 잘~ 놀아야 한다. 나처럼. 그런데 많은 사람이 혼자 걷기도 하니까 이상할 것도 없고 문제 될 것도 없다. 그리고 또 먼저 가서 말 걸면 모두 다 친절히 받아 준다.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내 느낌일 뿐인데, 내가 느끼는 걸 다는 사람도 느끼는 건지 오래전 독일에서 온 순례자도 나와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사립으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숲속에 있는 별장 같은 알베르게 건물.
통유리로 된 이 층 공간에서 오늘 걸어온 산을 보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씩 나에게 던져지는 수많은 질문. 그 속에서 조용히 나를 한번 더 안아 줄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경치에 취해서 혼자 멍때리는 중에 쉬에르보는 어느덧 건조기에 같이 넣었던 빨래를 고맙게도 다 가져다가 내 침대 위에 올려놔 주었다.
여러 가지로 참 감사한 하루다.
이곳에서의 하루 하루가 너무 벅차서 산티아고에 점점 가까워져 가는 것이 묘하게도 아쉬워진다.
이 길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을 것 같다.
(( Ferreiros에서는 저의 여러 가지 아픈 과거로의 여행이 길었었습니다. 다른 날도 물론 있었지만 저 날은 유난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었네요. 행여라도 우울해 지실까봐 많은 부분을 다 지우고 한 부분만 짧게 줄인다고 줄여서 올렸기에 제가 느낀 감정들이 전달이 잘 안 되는 거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긴 과거로의 여행에서 저를 안아 줄 수 있었던 아주 감사했던 하루였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모든 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많이 많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