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의 충동적인 발걸음이 또 다른 나를 동한 것 같다. 늦게 퇴근하신 당숙과 술 한잔 기울이고 산책을 나섰다. 아파트에서 보이던 하천길을 걷고 싶어 나섰는데, 계속해서 음침하고 무서운 길로 걸어갔다.
어제 아침 당숙네 도착해서 씼으려다 보니 왼쪽 손목이 허전했다. 내 염주가 없네. 친구가 오래전 선물해줬지만, 내 살과도 같이 여겼던 것인데. 평소 같았으면 안절부절 못 했겠지만, 그럴 수도 있다 여기고, 집에 있겠거니 했다.
터미널에 전화는 해봤지만. 없대. 그래.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 여기며 첫차를 탔던 나를 생각했다. 그까이꺼...있겠지 내방에ㅠㅠ
노래를 들으며 스산한 길을 걷고 헤매이다, 슬쩍 뒤도 돌아보다, 결국에는 당숙집에 다달았다. 점점 배터리는 줄어들고, 1%가 찍히는데 불안했다. 초행길이 이렇게 무섭구나 여기다가, 뭐 아무렴 잘 찾아가겠지라는 생각의 길로 다다르니 마음이 편해졌다.
어제 저녁 엄마와 다시 통화했다. 새벽에 아들이 남기고 간 문자를 확인하고 마음이 덜컥 하셨나보다. 그냥 내려왔어. 그래, 잘 다녀와라. 그 사이 유선상에는 채워지지 않은 대화의 공백을 서로 느끼며 통화를 마쳤다. 엄마, 사랑해 한 마디 할 걸 그랬네.
해가 떠버렸네, 벌써.
오늘은 뭐 하지.
길을 헤매이다, 예전에 울부짖었던 내 목소리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며, 걷고 있는 나에게 힘을 주는 것 같았다. 이게 걷는 거야! 라고 말 하듯이, 어제 내가 한 발을 내딛은 그 발걸음을 응원하듯이.
잘자 이터널나잇.
어둔 터널 속에서 움츠렸던 네가 빛을 보려고 움직였구나.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