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르시스트였을까? 아니, 나르시스트조차 아니였다.
남의 환심을 사는 데만 너무 골몰한 나머지 자기 자신을 잊어버렸으니 말이다.
-장 폴 사르트르, 말-
살아선 말더듬이였던 죽어선 시인이 되었을 친구가 반쯤 열어놓은 방문 앞에 와서 울었다 포도주가 먹고 싶다며 몰랐던 슬픔이라며 말라비틀어진 달빛을 지고 와선 울기만 했다 젖은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광대뼈가 튀어나온 동행이 골목 어귀를 지키고 있었다 철없는 개들도 모르게
기억해 너의 방을 지키는 건 어둠이라는 걸 살아 있는 나도 희미한 종탑에 번져가는 새새끼들도 지금은 어둠뿐인걸
-방문 앞에 와서 울다, 허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