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예약 시간이 남아서 근처 스타벅스로 왔다. 바로 내가 3년, 애낳고 다시 1년을 다녀 석사학위를 딴 그 학교 앞이다. 조기 조 투명유리 뒤로 보이는 건물이 바로 우리 학교다. 끊임없이 일을 하다가 아무것도 안하게 되니, 마치 누가 나한테 와서 뭐라 할 것처럼 불안했다. 처음에는 3년 계획하고 왔던 터라, 여기서 대학원 3년 딱 하고 돌아가면 딱이겠다 싶어 겁도 없이 시작한 게 Business Economics 석사 과정이었다. 주위의 반대도 많았다. 뭐하러 고생하냐, 필리핀에서 딴 학위 누가 알아준다고 등등.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 아무리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도 가족이 아닌 이상 내 아이를 맡기는 것이 쉽지 않았고, 불문과 출신인 내가, 경제학이라니... 지금 하라면 돈주고 때려죽인다 해도 못할 것 같다. 그때는 그걸 해야만 했다. 여기 올 때, 우리 엄마가 한 말이 생각난다. 좋은 직장 버리고 뭐 그런데로 가느냐. 남편이랑 한 몇년 떨어져 사는게 뭐 그리 힘드냐. 우리엄마는 늘 그런 식이었다. 딸의 마음보다는 겉모습을 더 걱정했다. 엄마 때문만은 아니었다. 필리핀으로 남편 따라가는 나를 못마땅해 하던, 혹은 고소해 하던 모든 인간들이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너 거기서 뭐했니?’라고 물어보면 이야기 하고 싶었다. ‘나는 공부했다고...’ 그게 뭐그리 중요하다고... 나는 그때 어렸고, 또 내 한국에서의 삶이 그러했다.
나의 영어 이름은 Shannon이다. 대학 1학년 때 내 영어 회화 선생님이던 Jake(?)라는 미쿡 선생님이, 나를 보면 자기가 아일랜드 여행할 때 보았던 강(river)이 생각난다고..(오글오글오글) 그 강 이름이 shannon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Shannon인데, 이 스타벅스에서 나는 Summer로 불렸다. 처음 이나라 스타벅스에 왔는데 음료를 주문하니 내 이름을 물어보길래, ‘쳇.. 왜 남의 이름을 물어보고 난리야...’ 라며 못마땅하게 이름을 말해주곤 했다. 알고봤더니 우리나라만 안 그러지 스타벅스에서는 주문한 사람의 이름을 컵에 적어서 음료가 나오면 불러주는 게 아닌가. 나라서 물어보는게 아니라 개나소나 다 물어본다는거. 허세였다 허세 ㅎㅎ Shannon... 이라 말하면 보통 몇번은 수정해야 한다. Jena? Shena? Cheena?? 주문할 때마다 짜증나는데, 대학원 입학하고 처음 들와서 커피를 주문하는데, SHANNON이라 정확히 알려주니, 나중에 내 컵에는 ‘Summer’라고 적혀 있었다. 귀찮아서 그냥 받아 들었는데, 나중에 오니 나를 보고 기억하고는 ‘Hi Summer~’ 라고 인사를 한다. 이미 늦었다. 그때부터 나는 여기서 summer로 불렸고, 스타벅스 갈 때마다 summer라고 해봤다. 한 방에 알아듣는다. 그래서 나는 스타벅스에서는 summer인 shannon이다. 나의 베프는 말한다. Shannon is disguising herself in Starbucks, as Summer. 이 무슨 본(Bourne)시리즈의 헝가리 부다페스트 연락책 같은 짓인가.
나는 미용실 가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일 중의 하나다. 커트 정도면 모르겠는데 펌이라도 할 경우에 기본 3-4시간은 꼼짝 말고 앉아 있어야 한다. 그시간이 끔찍하고 힘들어서 거의 평생을 긴 머리를 고수한다. 곱슬머리라 자연 곱슬인 건 좋은데 비라도 오면 촌년되서 일년에 한 번은 디지털 펌 하러 오는데... 힘들다ㅜ 미용실에도 수면 내시경처럼, ‘수면 디지털 펌’ 같은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것저것 원하는 스타일을 물어보는데 그것도 싫다. 그냥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주로 나는 사진을 들고 간다. 오늘은 이사진.
미용사가 비웃는거 같다 ㅋ
지금 현재 저 무시무시한 기계에 달려 있음 ㅎㅎ 내 앞에 통통발 아줌마 귀엽다.
결과물이 잘 나오면 뒷모습 포스팅 할께요^^ 모두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둘째 마치는 시간이 늦어 부랴부랴 갔더니 울상을 하고 있어 마음이 짠했는데, 나를 보자마자... “Mommy~~~ you look like 아줌마!!” ㅜㅜㅜ 선생님들 엄마들 다 있는데ㅜ
인증샷은 없는걸로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