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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는 스팀잇에 와서 처음으로 몇 안되는 내가 쓰는 경어체가 아닌 포스트가 되었다. 뒤늦게 깨달았는데 막걸리 찾아서 백화점 탐험한 글을 쓸 때 경어체를 쓰지 않았다. 경어체를 빼고 쓰게 된 이유는 그냥 그러고 싶어졌기 때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지만, 님이 평소와 달리 경어체로 쓰신 일기를 봤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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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화든 글이든 반말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예의 바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언제 나도 모르게 선을 넘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듣기 거북한 어휘를 많이 제외하고 말을 할 수 있게된다. 경어로 문장을 구성할 때 그렇게 구성하게끔 뇌도 훈련 받았을 것이다. 간과한 점은 오랜 기간 그렇게 지내다보니 경어로 사람을 놀리는게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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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한 번쯤은 꿈꿔 본, 아니 지금도 꿈꾸고 있는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이 있을 것이다.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것은 대부분 현재는 그렇지 않은 모습일 경우가 많다. 각자 꿈꾸는 모습이 다를테고 환경도 다르고 이룰 방법도 다르겠지만 나는 이상적인 내가 되는 법을 한 줄로 정리해서 머릿 속에 담아두었다. 항상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내 모습을 연기하면 된다. 걸음걸이, 자세, 언행, 사고 방식, 현재 기분까지 상상하고 연기함으로써 이상적인 내 모습에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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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고방식을 국소적으로 적용하여 나는 위선이라는 단어의 부정함을 지웠다. 위선이란 아시다시피, 속으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착한 척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선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행한다면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그건 선 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위선자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이러한 말은 대상이 죽기 전에 언젠간 선한 모습을 버릴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그러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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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사람은 누구나 위악자라는 말은 들어보았는가? 죽기 전엔 변할 것이라는 전제를 가져오고, 악인에게 본디 내면은 착하다는 생각을 갖고 악인이 저지른 죄를 심판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나라면 저지른 죄에 대해선 댓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악의 가면을 벗을 때까지. 위악이 걷히고 나면 그 때부터 잘 대해줄 것이다. 그럼 위선은 어떻게 대할까. 마찬가지로 선의 가면을 쓰고 있는동안 잘 대해줄 것이다. 위선인지 선인지 고민하지도 않을 것이다. 가면을 벗어던졌을 때, 그 때 생각하는게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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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위선자인 나를 위한 변명이기도 하다. 물론 죽을 때까지 가면을 유지할 용기는 없다. 위선의 가면을 벗지 않는 것은 내 이상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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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진 찍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 둘은 참 비슷하다. 모르는 분야라 유려하게 표현은 못하겠지만 장면을 이쁘게 담는 법의 골자는 비슷할 것이다. 사진은 셀카 조차 찍지 않는 편이라 경험이 부족하고, 그림의 경우에는 어릴 때에도 낙서하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습작의 경험 조차 없다. 초등학생 때 미술학원을 다니게 된 적이 있다. 친구와 둘이서 다녔었다.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3주 정도 이후에 일어난 일로 그만 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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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횡단보도에 4톤 트럭이 주차되어있었다. 어린이의 시야로는 도저히 횡단보도를 향해 달려오는 차가 보이지 않았다. 신호등도 없었다. 우리는 감으로 차가 오는지 아닌지 판단해야만 했다. 몇 십초를 기다렸을까, 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타이밍이 왔고 우리는 건너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트럭 너머 발을 내딛은 순간- 내 시야에는 달려오는 차가 보였고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나의 오른쪽에 있던 친구는 내 몸이 차를 가려서 늦게 발견한 것인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달려나갔고, 달려오던 차는 그대로 내 친구를 들이받아버렸다. 친구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고 나는 친구를 놔둔 채 학원으로 되돌아가 선생님을 불러왔다.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 갔을 땐 차도, 친구도 없었다. 어떤 차였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나는 '검은 차' 라고 밖에 대답하지 못했다. 번호판의 존재 같은걸 생각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별 안간 차주에게서 연락이 왔고 친구를 병원으로 직접 실어다 진료 받게 하느라 사라졌던 것이었다. 내가 목격했던 친구가 차에 부딪혀 날아간 거리에 비해 차는 서행 중이었고 친구는 골절된 곳도 없이 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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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이유는 당연하게도, 귀여운 캐릭터를 내 손으로 그리고 싶기 때문이다. 작년엔 '쉽게 배우는 만화 캐릭터 데생' 이라는 책을 샀었다. 이 책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책장에 꽂혀있다. 오늘날까지 지내면서 깨달은 것은, 내가 아직 선 조차 제대로 못그린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책이 있을까 싶어서 어제 서점을 들렀다. 둘러보던 도중에 '클립스튜디오 작법서' 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의 캐릭터가 너무 귀여웠다. 미소녀 그림에 눈이 돌아간 나는 그 책을 사기 직전까지 정신이 몰렸다가, 사지 않고 그냥 나왔다. 만약 구매했다면 그 책도 책장에 쳐박혀 먼지이불을 덮는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온 후 인터넷 검색을 해서 고른 책은 '프리핸드 드로잉과 스케칭' 이다. 1996년에 출판된 아주 오래된 책이다. 심지어 캐릭터를 그리기 위한 책도 아니고, 건축디자인 쪽에서 읽는 책이라고 한다. 구도도 모르는, 선 하나도 제대로 못 긋는 나에게 필요한건 이 책일 것이라는 확신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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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님에게 '방청소요정' 이라는 별명을 붙일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왜 방청소요정이냐면,
님에게 방청소 안했냐고 놀리려면 내 방은 깨끗해야하기 때문이다. 존재만으로도 타인이 방청소를 하게끔 만들기 때문에 방청소요정이라는 별명이 꼭 유행했으면 좋겠다. 나는 어제도 내 방을 물걸레로 두 번이나 닦고나서야 내 양심도 지키고 놀릴 수도 있었다. 경어를 쓰든 반말을 쓰든 원래 무례한 사람은 숨길 수가 없다. 추후에 내가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싹싹 비는 사진이 블록체인에 박제될지도 모른다.
고소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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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하는 닉네임 챌린지로 나를 지목해주신 유일한 님에 대한 감사로 이번 일기를
수미상관 구조로 만들었다. 흑백사진 챌린지의 귀찮음을 무기로 사용하시는
님 같은 분도 계시기에 혹시 자주 놀리는 것의 댓가로 나를 지목한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님이 포함되어 계셨어야했는데 아닌걸로 보아, 좋은 의미로 전달해주신거라 믿기로 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