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하는 곳은 핀테크 회사다.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핀테크(FinTech).
몇 년 전에 정말 가고 싶은 핀테크 회사가 있었다. 그 회사에서 만드는 프러덕 보다도 그곳의 사람들과 회사 문화가 맘에 무척 들었고 정말 즐기며 일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다니다 보면 프러덕은 다 비슷하고 가능성만 보인다면 그 가능성을 키우는 것은 자신 있었고, 회사 생활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거절을 감당해야 했다. 어떤 이유인가를 묻는 나에게 대답은 간단했다. 자신들도 이 분야가 처음인데 파이낸셜 배경이 없는 나보다는 파이낸셜 배경이 있는 사람을 뽑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 당시 나의 포폴에서 빈 공간은 B2B 그리고 파이낸셜 분야였다.
그러다가 지금의 회사를 만났다. 인터뷰를 보던 그 자리에서 오퍼를 받고 다니기 시작한 이곳은, 모든 직원이 직책이 없는 문화를 가졌다. 뭐 서열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딱 좋은 시스템이었으나 그런 이유로 받는 금액은 하는 일에 비하면 엄청 작다. 그런데도 매일 아침 출근길이 너무 행복했고, 퇴근길이 늘 벅찼다.
항상 모든 관계와 사건에 "돈"이 얽히면 정말 복잡해지는 거 같다. 하물며 삶도 그러한데 회사 프러덕이라고 예외는 아닌가 보다. 그 돈이 움직이는 것을 만들다 보니 프러덕 자체가 어찌나 복잡하고 다양한지 하루하루가 배움으로 넘쳤다.
물론 끊이지 않고 생기는 사건들에 너무 많은 시달림을 받기도 했다. 회사가 너무 젊어서 그런 것인지 팀마다 드라마가 끊이지 않고 생겨나고 사라지면서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고 떠나기도 하고, 남은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 스스로 누르고 또 그렇게 덮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떤 변화가 앞으로 계속 생길지 모르겠으나 다니는 동안만이라도 조금만 더 행복할 수 있게 심리적 정신적으로 조금만 더 평안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작년 연말 그리고 올해 초에 겪은 일들로 요즘은 PTSD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어린아이처럼 잠을 잔다. 자다 깨고 자다 깨고 그러다 꼴딱 새는 날도 이어지고....
매일 있는 미팅 속에서 언제 또 사건이 터질지 몰라 초긴장으로 준비하면서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다.
전혀 몰랐던 분야를 배우면서 채워졌던 행복감이 불안함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드라마마저 점점 나를 지치게 한다. 그래도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 흘려보내고 집중을 하지만 PTSD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하나의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오면서 새로 시작될 프로젝트에 더 긴장하면서 언제 어떻게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바라보는 느낌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나에게 외로움은 이럴 때 찾아오는 거 같다. 사건을 겪은 사람도 나이고 후유증을 겪는 사람도 나이고 주변인은 그저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어떤 후유증을 앓고 있는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짐작에 건네는 말들이 얼마나 더 나를 더 혼자 있게 하고 싶어 하는지 알 길이 없을 거 같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면 분명히 나도 누군가에게 많은 상처를 줬을 텐데...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 부족하다는 걸 인제야 느낀다.
경력을 그다지 따지지 않고 살아온 나이기에 큰 것을 이루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럴 거였으면 서열을 따지며 직장을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사회성 없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적게 벌고 작게 쓰며 큰 욕심 없이 소소하게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은 하는 일이 프러덕의 정 중앙에 있다 보니 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그렇게 또 배우는 것이 있으니 그래 되었다고 위로하지만 받은 상처들을 치유할 시간은 아직 충분히 갖지 못한 모양이다.
조금만 더 힘을 낼 수 있기를... 조금 더 놓고, 조금 더 용서하고,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미안해하고, 조금만 더 행복할 수 있기를... 조금만 더 평안하기를.. 간절히 두 손 모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