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3남 5녀중 막내이시고 우리 어머님은 4남 3녀중 장녀이시다. 아버님도 5남 1녀중 장남이시니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다들 잘하면 축구팀을 하나 만들어도 될만큼 아이를 많이 나으셨다. 농경사회에서 일손하나라도 더 필요하니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입이 하나가 늘수록 없는 살림이 더 궁색해졌을 것이기에 왜 그렇게 아이를 많이 나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또 그러다 그때엔 의학 기술이 발달한것이 아니었으니 충분히 그럴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오랜만에 시댁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니 좋은것도 있다. 일단 아침에 눈치 보지 않고 늦잠 자도 되고, 설겆이를 쌓아 놓거나 아이들이 방을 어지르든 말든 그냥 신나게 놀게 두었다가 한꺼번에 청소를 해 버려도 되니 맘은 편하다.
물론 하루 세끼를 짜파게티를 포함해서 인스턴트 음식으로 먹였더니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말이다. 늦은오후까지 집에서 엉덩이 붙히고 좀 쉴까했더니 아이들이 키즈카페에 다녀오자고 성화라 집근처 키즈카페에서 또 하루 봉사를 했다. 요즘 웬만한 키즈카페 가격도 만만치가 않아서 우리 다섯식구갔더니 입장료와 간식비로 5만원이 훌쩍이다. 애셋 키우려면 진짜 돈 많이 벌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키즈카페에서 애 셋을 쫒아 다녔더니 2시간반만에 체력은 방전되고 영혼은 이미 안드로메다 행이다. 애들 재우고 와인 한잔 하겠다며 들어오는 길에 마트에 드려 안주거리며 이것저것 골라담던 신랑도 애들 재우며 벌써 잠이 들었을 정도. 정말 애 셋을 키우기도 이렇게 힘든데 옛날엔 그 많은 애들을 어떻게 키웠을까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어쩌다 우리 엄마나 어머님, 할머니께 여쭤보기라도 하면 그분들 말씀은 항상 한결 같다.
예전에는 부모가 애 키울 시간이 어디 있었간데..일하느라 바빠서...그냥 낳아만 놓으면 알아서 컸지.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지 누나나 언니들 손에서...
내가 살아 보지 않은 세상이지만 충분히 상상이 가고 그 모습이 그려진다. 누나나 형이 업어서 키운 아이들. 조부모님과 함께 살며 예절을 배운 아이들. 어떻게 보면 지금처럼 핵가족 시대에서 살다보니 그때 그 시절이 더 정겨운 것 같고 요즘 부모가 몇 백씩 들여가며 가르키는 사교육에서도 배울 수 없는 인간사 질서와 예절을 배우기도 한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가정 어린이집에 다닌다. 아이둘 키우면서 워낙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다 보니 가정 어린이집과 기관 어린이집을 보내봤는데 확실히 어릴 때는 가정 어린이집이 더 낫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계속 가정 어린이집만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 어린이집은 워킹맘 엄마들을 위해 돌봄교실도 늦게까지 운영하고 형제나 자매들이 유치원에서 끝나면 어린이집으로 와서 부모가 올 때까지 같이 있을 수 있으니 나같은 워킹맘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제 셋째를 직접 키워야 하니 며칠 전 첫째와 둘째를 앉혀놓고 한마디했다.
지웅아. 시은아..이제 찬웅이 다음주부터 우리랑 같이 살거야. 그래서 이제부터 찬웅이가 시은이 어린이집에 같이 다닐건데 혹시 찬웅이 괴롭히거나 울리는 사람 있으면 너희가 지켜줘야해.
시은: 응...내가 찬웅이 지켜줄께요~~
지웅: 아니야..(단호하게)어린이집에는 그런 사람 없어. 지우누나도 착하고 윤서누나도 좋아. 찬웅이 괴롭힐 사람없다고!!
이런 것을 우문현답이라고 하는 것인가..물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엄마의 우둔한 말에 아들이 현명한 답변을 한 것이다.갑자기 우리 지웅이가 기특하면서도 엄마가 없는 시간에도 좋은 누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니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오늘 밥먹으면서 시은이가 밥상에 떨어진 반찬을 주워먹으니 지웅이가 또 한마디 한다.
지우누나가 떨어진 거 먹으면 안된다고 했어요. 시은아 먹지마.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옛날 어르신들의 말씀이 생각이 났다. 굳이 부모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미 또다른 작은 사회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구나. 마치 우리네 부모들이 그 부모들이 그렇게 배우며 자랐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면에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