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 1
회사 책상에 앉아 있는 동안의 내가 하는 일은 주로 요즘 많이 보여지는 이슈들을 묶어 리포팅을 하거나 새로 생긴 카페와 레스토랑을 포함한 이것저것의 매장 정보를 빨리빨리 브랜드들에 발신하는 것이다. 이것 외에도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대한 각종 사이트의 리서치를 포함한 컬렉션 분석 등의 업무들도 종종 주어진다.
그러다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요즘 인스타그램은 뭐가 핫하니? 회현동 어디쯤 생긴 그 카페 커피는 맛이 있니? 가서 사진을 찍어다 위에 보고 할만한 것들이니? 등등의 질문을 수시로 듣고 답을 해야한다. 나는 물음과 동시에 답이 나와야하며, 그러기위해서 나는 이미 그곳을 찾아봤거나 가봤어야 하는 사람이 된다.
이건 내게 일정부분 고통으로 작용한다. 나는 사실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익숙한 곳에 여러번 가는 것을 좋아하며,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내가 일을 흥미 있어하고 지속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9년 전쯤? 처음 이 일을 시작하면서 (업계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가장 꽂혔던 말은 사람의 결핍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트렌드라는 말이었다. 그것이 어디로 발산되는가에 따라 사람들은 소비를 이동시키며 삶의 만족점을 찾아간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어느 정도 이 말을 믿고 있기는 하다. 그 포인트를 찾아내고 사람들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 컨텐츠를 찾아내는 일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물론 이것은 브랜드의 매출과도 연관이 되기 때문이겠지만) 다들 급히 그리고 최대한 남의 귀에 들어가게 팔 수 있는 그게 뭐냐고 묻고 그걸 찾아오라고 한다. 그 리서치의 결과물들은 종종 정말 어울리지 않는 협업으로 재고가 산더미로 남기도 하고, 무뜬금의 기념품들을 만들어낸다. 그걸 사례로 찾아다준 내게도 어느만큼 책임이 있을 것이다.
이전에 하던 컨설팅에서도 전반적인 소비자의 경향과 마켓의 흐름을 보고 싶다던 클라이언트들은 막상 PT를 마치고 나면, 그래서 우리는 무슨 색깔의 무슨 모양 디자인을 해야하냐고 묻는다. 그러니까 우리 옆집 경쟁사가 매끈한 블랙을 만들면 우린 더 매끈한 블랙을 만들어야 하는 건지 그 답을 달라는 말인거다. 나는 항상 그 상황을 겪으며 내가 하는 일의 범주와 역할에 대한 여러 혼란을 겪기도 했던 것 같다.
잠정적으로 결론 내린 나는, 누군가 A만을 생각하려는 길에 B가 있기도 하며 A+B라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는, 생각의 확장을 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고 나름의 이야기를 풀었던 것 같다.
길게 이야기한 나의 일 이야기는 사실, P()와 하고 있는 불소소(
) 이야기로 연결된다.
다음 기획을 위한 회의를 하면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동일한 단어에서도 우리는 다른 이미지와 개념을 떠올렸고, 그렇게 둘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것들은 탈락, 탈락을 반복했다. 우리는 이것이 더 나은 걸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논의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이게 좋아보이니 이걸 합시다로 끝나는 그런 말들과 이쁘게 간격 잘 맞춰 정리된 보고용 문서 만들기에 지친 우리가 선택해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번의 녹음을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더 많은 애정과 시간, 생각을 들여야 하는 것임을 회차가 더해질수록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그걸 지속하려는 것은 우리와 타인의 생각들이 공유되고 취향을 나누는 시도들이 이어져 새로운 다음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겨우 10회차이지만...쭈글...
다음 방송 준비를 위해 지난 책을 펼치다가 한번 끄적여봐야지 한 생각이, 열 단락을 넘었다. 나 이제 스팀잇 적응하는 거니...
그저 지속하는 것의 힘을 믿고 싶어졌다.
• 생각 2
짧게 쓰려는 생각이 길어져 두번째는 못쓰겠다. 심지어 사무실에 앉아 핸드폰으로 썼...이러다 잡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