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들어온 뉴비를 위한 팁
한 번은 이런 글을 써야지 했다. 정착에 성공했다 싶을 때 쓰는 게 적격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이 적절한 때인가 몹시 의심스럽다. 쓰려는 내용을 생각하니 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글은 어디까지나 유머다.
지인 버프를 받아라
지인 중에 고래나 영향력 있는 유저가 있지 않은지 물색하라. 있다면 지금 있는 아이디는 던져버리고 새로 파라. 지인의 소개글과 추천, 리스팀이 레드 카펫을 깔아줄 것이다. 뚜벅이로 조용히 입장하는 것과 리무진 타고 와서 레드 카펫 밟으며 입장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글에 찍힌 거액의 보상은 지속적인 활동을 가능케하는 동력이다. 잘 챙겨두자.
고래와 영향력 있는 유저를 따라다녀라
지인이 없다면 스팀잇을 못하는가? 아니다. 아직 살 길은 있다.
성공한 몇몇 뉴비들로부터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스킬을 배울 수 있는데 바로 소통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소통은 물리적인 노력과 시간이 든다. 마음 같아서야 눈에 보이는 모든 kr 스티미언들을 팔로우하고 글마다 댓글을 달아주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그러니 고래와 영향력 있는 유저들 위주로 실속을 챙기자.
그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아느냐? 거액의 보상금이 찍힌 대세글이나 인기글에 들어가 보팅 목록을 보라. 대충 상위 10위에 있는 유저들이 고래와 돌고래다. 그중 스파가 적은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무시하지 마라. 올드비의 보팅과 댓글, 리스팀은 고래 소환용 호각이나 다름없다.
고래의 보팅은 소중하다. 당신을 상대적 박탈감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지속적인 포스팅을 가능케하는 동력이 된다. 그뿐이 아니다. 고래와 영향력 있는 유저의 관심은 당신이 이너서클로 들어갈 수 있는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이다. 지인 버프가 없으니 말이다.
친목질은 커뮤니티가 망하는 지름길 아냐? <-- 괜한 걱정이다. 이곳은 활발한 소통과 밋업이 있을 뿐이다. 다른 허접한 커뮤니티와 비교하지 말아달라.
이 팁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면 지금 당장 성공한 뉴비들의 팔로우 목록과 작성한 댓글을 보라. 누구 위주로 소통하고 있는지. 스팀잇 내에서 뉴비는 플랑크톤에 비유되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보면 따개비도 괜찮을 것 같다.
보상에 연연하지 마라
고래가 주는 거액의 보상은 소중하지만 티 내지 마라. 두어 달 지내 보니 이곳에 속물은 나밖에 없는 듯하다. 모두 보상에 연연하지 않고 소통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보상은 그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니 거기에 급급해서 속물 같은 인상 남기지 말자. 속물 좋아하는 사람 없으니까.
이런 글 쓰지 마라
좋은 말도 계속 들으면 지겨운데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는 징징글을 누가 좋아하겠나? 고래/올드비들도 싫어하지만 같은 뉴비들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뉴비들의 일침을 본 적이 없는가?
"내가 해 봐서 아는데, 노오오오력 하면 된다니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느낌은 당신의 착각이다
그래도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 써라. 대신에 어떤 내용이든 맨 마지막은 이곳이 사람 냄새나는 훈훈한 곳이며, 불합리한 점은 차차 개선될 거라는 희망으로 마무리 해야 한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글과 사람을 좋아한다. 자신이 잘 몸담고 있는 곳을 비판/비난하는 사람보단 순응하고 녹아드는 사람을 환영한다. 루저 특유의 불만과 부정적인 기운은 콜드 월렛에 숨겨라.
유명인인가?
혹시 바깥 세상에서 유명인인가? 그렇다면 위의 번거로운 팁은 싹 잊고 즐겁게 활동하시라.
늘 궁서체로 썼는데 오늘은 두꺼운 궁서체로 써 보려 한다.
위에 웃자고 한 얘기가 불편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뉴비를 도울까 오늘도 고민하는 고래/올드비분들은 심기가 특히 더 불편하실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삶에 즐거움을 보태고자 하는 스팀잇인데 이런 글까지 봐야 하나 싶을 거다.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이 글은 고래/올드비보다는 '뉴비에게 일침하는 뉴비'에 초점을 맞춘 글이다.
나는 정착에 성공한 뉴비일까? 모르겠다. 아마 아닐 것이다. 이 글에 공감하는 뉴비들이 아무리 많아도 올드비들 눈밖에 나면 끝장인 신세다. 내 위치는 이렇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나는 작가로서 에밀 졸라를, 철학도로서 소크라테스를 가장 좋아한다. 작품이나 사상으로 따지면 다른 작가와 철학자를 꼽지만, 작가로서 그리고 철학도로서 두 인물을 꼽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닥칠 게 뻔한 상황에서도 '아니오'를 외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아니오'는 반대를 위한 반대도 아니었고, 선민의식으로 우매한 대중을 계도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낭중지추처럼 본인을 돋보이게 하려는 수작은 더더욱 아니었다. 근거를 가지고 소수의견을 낸 것뿐이다. 그 대가로 에밀 졸라는 죽을 때까지 반대파에 시달렸을 뿐더러 죽을 때까지 문을 두드렸어도 끝내 학술원 가입을 거절당했다. 소크라테스는 죽었다. 도망칠 길이 있었는데도 언행일치로써 본인의 철학을 증명했다. (당시 소크라테스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는 매우 흔한 것으로 '니가 알아서 해외 도피해' 정도의 의미였다) 두 인물의 위대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들의 용기를 빌려 한 자 남긴다.
나는 운 좋게 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으로
님과 최근의
님, 일일이 거론하기도 벅찰 정도로 많은 분들 덕분에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남을 돕고자 하는 그 마음들을 감히 내가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오늘은 kmlee님이 50스달을 보내주셨다. [관련글: 이틀 간의 호흡] 나는 아직도 이런 관심과 지원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하지만 내가 운이 좋았다는 걸 모를 정도로 어리석진 않다.
그렇게 운 좋은 뉴비가 나뿐이 아니다. 정말 빠르게 스팀잇 내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성공한 분들이 많다. 그중에는 맨땅에 헤딩만으로 성공한 분도 분명 있다. 그런데 "내가 노오오오력을 해 봐서 아는데!"를 시전하는 뉴비분들 중에 그런 경우가 아닌 분들도 더러 있다.
그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님의 글 [뉴비를 정말로 좌절하게 하는 건 고래가 아니다]에 달았던 것과 같은 말이다.
차에 치여 보지도 않았고 개도 아니면서 '차에 치인 개의 심정'을 논하지 마시라.
내 말은 권위가 없기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렸다. 버프 받고 화려하게 들어온 분들이 지금 맨땅에 헤딩하는 뉴비들에게 '노오력' 소리 하는 게 기가 차서다. 맨땅에 헤딩하는 뉴비들과 자신의 입장차를 모르고 그런 말 하는 건 솔직히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고래/영향력 있는 유저들 위주로 팔로우하고 댓글다는 영업력으로 성공한 분들은 뛰어난 처세술에 박수 드린다. 나는 그렇게 못하니까. 그런데 잘난체는 하지 마시라. 성공한 뉴비로서 우쭐하고 계신 거 글에서 다 보인다. 내가 관심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보인다. 아마 남들 눈에도 보일 것이다. 이 위치면 맨땅에 헤딩하면서 볼멘소리 하는 뉴비들에게 일갈해도 되겠지 하는 그 생각이 보일 거란 얘기다. 한 가지 묻고 싶다. 본인들 입으로는 보상에 초연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어째 소통은 인기인 위주로 하고 계시나?
그리고 정말 기막힌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는데 어째 이런 분들 중엔 그렇게 받은 거액의 보상을 스파로 돌리는 분을 한 명 찾기가 힘든가? 대부분 모이는 족족 인출하는 모양이다. 사유재산이니 왈가왈부하기 적절치 않을 수 있다. 헌데 맨땅에 헤딩하는 뉴비들에게는 노력이니 뭐니 원론적이고 희망적인 얘기 잔뜩 하면서 어째 정작 본인들은 상생에 보태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해 보이나. 글 하나에 0.01씩 챙기고 있는 뉴비들에게는 보상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그럼 연연할 필요없는 그 보상 중 일부라도 스파로 돌려서 뉴비들 좀 도와주는 모범을 보여 주는 게 어떨까? 아니면 자신의 글은 그만큼 받는 게 당연하다, 받을 만하니까 받는 거다 라고 여기는 건가?
그런 식으로 성공해도 실력 자체가 부족하거나 꾸준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그 꾸준함은 어디서 오나? 성공한 사람은 뭘 하든 남들보다 더 있어 보인다. 앞으로도 계속 주목 받고 적절한 보상을 받을 것이다. 실력이 부족해도 글 열 개 써서 하나만 공감하게 하면 보상 터진다. 그런데 그들이 그만둘 이유가 있을까? 그런 분들 중에 결국 밑천을 드러내고 시들해졌더란 경우를 아직 못 봤다.
바깥 세상에서 지겹게 듣던,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던 그 논리가 이곳에서도 나온다는 게 씁쓸하다. 마치 취직 전까진 불공평한 출발선과 기성세대가 만든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소리 높여 비판하다가 대기업 취직하고 나서 '내가 해 봐서 아는데 노오오력 하니까 되더라'하는 분들을 보는 것 같달까.
물론 이곳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시스템에는 한계가 있고 여전히 시험 단계일 뿐이다. 우리는 경쟁자일 수 있지만 동시에 스팀잇이라는 세계를 함께 일구는 동지이기도 하다. 처지가 같지 않은 유저를 상대로 기세 좋게 일갈하기 보다는 그들이 왜 그런 소릴 낼 수밖에 없는지 귀를 기울이는 동료애를 보여주기 바란다. 자신이 운이 좋았음에 감사해 하고 겸손이라는 미덕을 보여주기를 부탁 드린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맨땅에 헤딩하는 뉴비분들에게 당부 드린다.
당장은 힘들고 치사하게 느껴져도 스팀잇을 떠나진 마시라. 여러분이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거 대부분의 유저들은 잘 알고 있다. 고래/올드비들도 당연히 안다. 그래서 어떻게든 섭섭함 느끼지 않게, 잘 정착할 수 있게 오늘도 머리 싸매고 연구하는 분들이 많다. 꼭 고래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고래들에게 전달되게끔 리스팀, 멘션, 봇 소환 등으로 여러분을 도우려는 분들도 많다.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적용하려는 노력이 증인들은 물론 스팀잇 구성원 전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스팀잇은 현재진행 중이다.
지금 떠나면 긴 횡보 끝에 대폭발을 앞둔 코인을 던지는 것과 같다. 올라가는 버스에서 내리면 더 높은 곳에서 타야 하는 거 이젠 상식이다.
나는 에밀 졸라나 소크라테스가 아니기에 용기가 부족해 광역 저격 비스무리가 한계다. 비겁하다고 욕하신다면 쓰게 받겠다. 나나 여러분 모두에게 다행히도 뉴비로서의 소회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 운이 따라줘 뉴비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때나 한 자 더 적을 것 같다. 다음에는 언제나 그렇듯 소설이나 사진으로 뵙고자 한다. 여기서 끝장나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