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간은 한국에 오면 항상 더 빠르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한국에 와서도 미국 시간으로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24시간 넘게 깨어 있는 날들이 이어지고, 정신은 멍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 가까이 왔다. 이러다가는 미국에서 손질도 못 하고 일 년 넘게 기른 머리를 자르지도 못하고 돌아가게 생겼다. 일단 긴 머리 먼저 잘라야겠다는 나의 말에 미쿡 촌녀라고 장난을 친 친구는 어떤 헤어 스타일이 나에게 잘 어울릴지 사진을 보내 준다더니 본인의 취향을 보내왔다.
프랑스길 3번 북쪽 길 1번 총 산티아고를 4번이나 가셨던 분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까미노도 세상이 변하는 것처럼 조금씩 변하는 "변화"라는 것이 있음에 대해여 이야기를 했다.
내가 다시 가면 언제가 될까? 그때에는 또 어떤 이유를 가지고 가게 될까? 일 년 만에 만난 친구가 그 길을 다녀와서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갔다 온 지가 몇 년 전인데 왜 인제야 묻니? 라는 질문에 자신의 동료가 얼마 전에 다녀왔는데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다. 라는 것이었다.
너의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을 수 있지만, 그 사람의 마음은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모든 변화는 아주 서서히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고, 그건 사람마다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삶의 변화를 위해 가는 길은 아닌 거 같다고... 변화가 아닌 배움의 길이었다고 했다. 그 배움을 가지고 삶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각자의 몫인 걸까? 과연 나는 내 삶의 변화를 만들고 있는 걸까?
'가장 손질하기 편한 스타일로 해주세요. 앞머리는 기를 거에요. 저 드라이도 안 하고, 전혀 손질 못 해요. 그냥 감고 수건으로 털어 말려도 자연스러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의 요구에 전문가는 '네. 손질 안 해도 되는 머리로 해 드릴게요.' 라고 하면서 싹둑싹둑 자르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소아암 어린이를 위해 기부를 할 수 있기를 바랐으나, 묶은 채로 잘랐을 경우 기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는 되지 않았다.
오래전에는 긴 머리가 아까워서 좋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 기부도 몇 번 했었지만, 나의 건강이 안 좋아 지면서 생긴 탈모로 인해 짧은 머리를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머리를 기를 수 있게 되었어도 예전처럼 길게 길게 기르지를 못한다. 그래도 올해는 조금 욕심을 내어보았지만, 이번에는 또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머리숱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아 있을 때, 건강한 모발을 만들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쓰일 기회가 다시 있기를 바라본다.
게으른 나를 위한 스타일은 오랜만에 맡는 파마 냄새에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다. 미용실에 오기 전 먹은 음식이 체한 모양이다.
날씨가 또 추워지네요. 추운 날씨에 따뜻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혹시 관심 있으신 분이 있으실지 몰라 모발 기부 링크 걸었습니다. (http://www.soaam.or.kr/donation/hair.php)
모두모두 행복한 연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