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봤는데 반지를 사지 말고 금을 사야겠어. 동전이 낫겠지?
뭐? 갑자기 웬 금이야?
응! 생각해 보니까 만약에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서 너 혼자 되었을 때, 네가 돈이 필요해서 팔려고 하면 반지는 헐값에 팔게 되잖아.
금은 제대로 값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반지 살 돈으로 금을 사줘야겠어. 만일에 대비해서 네가 팔아 쓸 수 있는 게 나을 거야. 어차피 넌 보석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니까.
뭐? 아니! 아니! 있잖아~~ 내가 보석에 관심이 없는 건 맞는데~ 나도 반짝이는 걸 손가락에 끼워는 보고 싶은 여자야. -__-;;
자신이 잘 못 되었을 때를 생각해서 내 미래를 먼저 걱정하던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던 건지 오래전 일이라 많이 희미하다. 분명한 것은 내가 그 친구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사이에는 뭐 여러 가지 설명이 어려운 이유가 있겠지 언제나처럼.
그렇게 나는 금도, 반짝이는 다른 것도 손가락에 끼워보지 못한 채, 나의 길을 걸었다. 아니 뭐 나의 길이 따로 있는 건 아닐 거고, 그냥 내가 걷는 길이 나의 길이겠지. ^^
가지 않았던 페이스북에 오랜만에 가니 이벤트가 다양하다.
한쪽에서는 이별이 일어났고, 그 아래에는 아이 초음파 사진이 있고, 또 그 아래에는 결혼식 사진이 올라왔다. 아직도 결혼 안 한 후배가 있었다는 것에 놀라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아는데 벌써 아이 엄마 아빠가 되는 것에 놀라기도 전에 자세하게 나온 초음파 기술에 놀라 한참을 보았다. 부모가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으니 정말 잘 된 일이다.
언제나처럼 위로가 축하보다 어렵다. 위로가 위로 되지 못하는 것을 나도 많이 겪었기에 항상 조심스럽다. 상대는 분명 진심을 담아 하는 말임에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쉽게 달라지는 말의 한계. 내가 네가 아닌데 어떻게 네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니. 우린 각자 살아온 배경도, 상황도 또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도 다 다른데...
까미노에서 받은 자연의 위로를 제외하고, 기억에 남는 지금까지도 감사한 위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말 한마디였다. 생일파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운전하던 친구는 나에게 임신 소식을 알렸다. (친구라고 썼지만 우린 몇 번 만나지 않았었고, 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는 내 몸이 정상이 아님을 말했다.
정.상. 여기에서의 정상은 무엇을 말했던 것일까? 잘 모르겠다. 비정상의 반대? 그래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 뭐 이런 건가?
그때 그녀는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는데 그래서였는지 내 상태를 짐작함과 동시에 내가 잃어버려야 하는 것들을 바로 알 수 있었으리라.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어떻게 될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을...
어쩌면 그래서 더 쉽게 나를 헤아리고, 내가 미처 알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내 마음을 읽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전혀 기대하지 않은 그녀의 한마디에 난 상당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아마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크게 나에게 닿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가족을 포함해 아무도 나를, 내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 상황에서 그녀의 말 한마디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있으며, 기억이 날 때마다 내가 받은 위로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휴.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도 나는 겨우 6글자만을 남기고 페북을 닫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