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새 스팀잇에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글 좀 쓴다는 칭찬에 깨춤 추며 다니던 모양새가 민망하게 됐다. 그분들의 글을 읽다 보니 시쳇말로 현타가 왔다. 내 글의 단점도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나는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독자가 영어에 흥미를 갖게 하고, 배운 걸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기 위해 정보의 정확성, 표현의 유용성과 더불어 글의 재미를 중요시하게 됐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덧붙이다 보면 글이 중언부언 길어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일반적인 글쓰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런 식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글을 십 년이 넘게 써오다 보니 독후감이나 소설, 수필과 같은 일반적인 글을 쓸 때도 과도한 유머가 들어간다거나, 쓸데없이 장황해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 온 이후로 영어 책만 읽었다. 내가 읽은 우리말 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좋은 문장과 표현을 새로 접하지 못한 채 기존에 알던 것만 이용해 글을 쓰려니, 곶감 빼먹는 기분이다. 곧 바닥이 드러날 것 같다.
영어로 글을 쓰고 있다는 점도 별로 도움이 되질 못한다. 내가 영어를 굉장히 잘 한다고 속고 계신 분들은(읭?) 영어로 글을 쓸 때도 막힘없이 쓱쓱 써 내려간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겠다. 우리말로 쓸 때도 그렇지만, 영어로 글을 쓸 때도 수십 번 생각하고, 고쳐 쓰고, 퇴고하고의 반복이다.
무엇보다도 영어로 글을 쓸 때는 "영어로 생각하기 모드"로 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영어로 글을 쓸 때는,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뇌구조를 "영어식 모드"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우리말과 영어 단어를 일대일로 대입해서 번역을 해놓으면, 문법적으로는 틀리지 않지만 원어민이라면 절대 쓰지 않을 이상한 문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게 말이 쉽지,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단번에 일어나진 않는다. 한참 우리말 글을 쓰고 나면 영어로 글쓰기가 어렵고, 영어로 글을 쓰고 나면 우리말 단어가 안 떠오른다. 미국 살이 십 년만에 영어는 줄고, 우리말은 퇴화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적인 글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군더더기를 솎아내고 적절한 단어를 쓰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 보지만 결과물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실력은 낮은데 눈만 높다. 그러다 스팀잇에 계시는 고수분들의 글을 읽고 깨달았다. 내가 목표로 삼아야 할 글들이 저것이었구나.
약간의 질투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분들의 글을 폄하하거나 외면하고 싶지는 않았다. 따라가고 싶었다. 저기가 에베레스트려니 하며 그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 읽고, 느끼고, 뇌리에 새기다 보면 언젠간 나도 큰 바위 얼굴이 돼있지 않을까.
올해는 우리말 책을 더 읽어야겠다.
질투는 나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