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 지하철역 상가앞을 지나가다가 오래된 원목시계 2개를 보았다. 우리는 검보하우스라는 브런치집에 가는 중이었다. 이 앞을 수없이 지나쳤을 텐데 왜 이제서야 이 시계가 내 눈에 들어왔을까. 시계가 날 발견한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가게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장님, 저기 오른쪽 제일 위에 걸려있는 원목시계 얼마예요?”
우리는 귀여운 은색 추가 달린 시계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물었다. 순간 일흔은 넘어보이시는 사장님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저건 팔 수가 없는 물건입니다. 20년도 더 되어서 이미 단종이 되었지요.”
단종이라는 말에 심장이 뛰었다.
“그래도 꼭 사고 싶으시면, 원래 저게 받아온 가격이 이만오천원인데 만원에 드릴게요.”
빈티지 물건이라 비싼 가격을 부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오래된 것이라서 미안해하며 가격을 깎아주다니 난 기쁨을 감추느라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둘 중 어느 걸 데려올지 몰라 망설이는데 미쉘양이 두 개 다 데려오자고 단호하게 말했다.
“저희 두 개 다 살게요.”
사장님의 목소리가 한 톤 밝아진다. 쌓인 먼지를 수건으로 꼼꼼하게 닦아서 쇼핑백에 넣어주셨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더니 좋은 데 시집가네.”
라고 중얼거리며 오천원을 더 깎아주시기까지 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은 광복동에서 시계방을 오래 하셨는데 그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거라고 하셨다. 페미니스트라면 '시집'이란 말이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말이 조금도 거슬리지 않았다. 사장님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반말을 하지 않았으며 -이 사실을 감사하게 여겨야 하다니! - 너무나 친절한데다가 시계가 좋은 곳으로 가게되어 진심으로 기뻐하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