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나가 태어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목줄을 하지 않은 개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 개 역시 작은 치와와였는데 어린 다이아나에 비하면 덩치가 컸기때문에 무척 위협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 후로 다이아나는 큰 개만 보면 -사실 이 동네에 다이아나보다 작은 개는 없다- 등에 털을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거나, 인사를 하는 척하며 꼬리를 흔들며 냄새를 맡다가 갑자기 공격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이아나가 잔짖음이 없어서 시끄럽지는 않다는 점이다.
다이아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그러나 공원을 혼자 독점할 수도 없고, 다른 개가 없는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산책을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다이아나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항상 전방을 주시하며 다른 개가 보일 때마다 멀리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최근 마음의 변화가 있었다. 매번 산책할 때마다 찜찜한 기분이 들던 나는 마지막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매일 다이아나를 데리고 나가는 시간을 칼같이 지켰다. 그래서 그 시간에 정기적으로 나오는 개들이 있을테니 공략해 보기로 했다. 공원에서 눈에 익은 개가 보일 때마다 개 주인과 먼저 안부인사를 주고 받고 그 개의 이름을 기억하며 분위기를 완화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기를 몇 주 반복하니 다른 개가 보일 때마다 점점 내 긴장이 누그러드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다이아나를 긴장하게 만든 것은 내 태도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다이아나가 다른 개에게 물릴까봐, 혹은 다이아나가 다른 개를 물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추석 연휴에는 마지막 박차를 가했다. 매일 다이아나와 세 시간 정도를 산책했다. 다이아나는 어느새 모찌, 달콩이, 태양이, 별이와 인사를 하고 같이 간식을 얻어 먹게 되었다. 이 녀석들과 서로의 체취를 확인하며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사실 그동안 다이아나가 한 일은 전혀 없다. 내 태도만 살짝 바꿨을 뿐이다. 한 달만에 이런 변화를 보여주다니 다이아나가 대견스럽다. 이번 주말에는 닭가슴살 삶아줘야지.
생각의 단편들
비, 데미안, K
어떤 혹등고래 위에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
꽃이 기다린다
파란 우연
산책자
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준 것
도착을 더듬으며
춤추는 생각들
종이 눈꽃을 노리는 시간
출발하기 위해 도착한다
비 맞는 시간
비 내리는 마콘도
터널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