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파른 절벽 위에 서 있었다. 황량한 대지 위에는 잡초 밖에 없었고 절벽 아래에는 사나운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가 있었다. 아무나 붙잡고 모래 호텔이 어디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래 호텔에 대한 단서가 없었으므로 무작정 걸었다.
몇 분 흘렀을까, 짙게 깔린 구름을 뚫고 햇살이 쏟아졌다. 날씨는 점점 한 여름처럼 더워지는데 등 뒤에서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무거운 것을 땅에 질질 끌며 힘겹게 움직이는 소리도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다 해진 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의 얼굴은 핏기가 하나도 없는 파란색이었는데, 표정이 어찌나 처량했던지 나까지 이유 없이 힘이 쑥 빠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벼랑 끝으로 달려가더니 수직 낙하를 했다. 그의 모습을 뒤쫓아 깎아지른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았지만 휘몰아치는 파도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꿈 속이라 해도 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보는 것은 충격이었다. 영도에 온 것이 슬슬 후회가 되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하늘에 노을이 물들고 별 하나가 뜨더니 곧 깜깜한 밤이 되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직 절벽 위를 벗어나지 못한 것도, 혼자라는 사실도 공포로 다가왔다. 게다가 등 뒤에선 또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었다. 뒤돌아 보면 안될 것 같았지만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심호흡을 하고 뒤로 돌아보았다.
절벽에서 떨어진 그 남자가 저 멀리서 뛰어오고 있었다. 남자는 바닷물에 젖은 몸으로 추위에 떨면서도 나를 따라잡았다. 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또 바닷속으로 떨어졌다. 몇 발짝만 옮겨도 해가 뜨고 노을이 지더니 다시 밤이 되었고, 동쪽에서 해가 떴다. 날씨도 종잡을 수 없었다. 비가 쏟아지고, 태풍이 휘몰아쳤다. 그런가 싶더니 하늘은 청명해졌고 계절이 끊임없이 바뀌었다. 남자는 계속해서 등 뒤에서 나타났으며 나와 눈이 마주치면 입력된 프로그램처럼 바닷속으로 입수했다.
걸으면서 단단하게 뭉쳐진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그 남자가 바로 (***)라는 것이었다. 남자는 늘 죽고 늘 살아났다. 꿈 속의 나는 그 남자에 대한 생각에 너무나 몰두해 있었으므로 모래 호텔을 잊고 말았다.
[돌발퀴즈]
괄호 안에 들어갈, 그 남자의 정체는 누구일까요?
A. 대학 다닐 때 헤어진 연인
B. 모래 호텔 사장
C. 태종대 자살바위에서 자살한 영혼
D. 나
E. 하우스 메이트 미쉘양
제일 먼저 정답을 맞추신 분의 댓글에 풀봇, 나머지 정답자들에게도 약소한 보팅을 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