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길지 않은 휴가였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느껴지는 변화는 너무 크다.
회사는 이사했고, 나와 매일 아침, 저녁 차를 같이 타고 출퇴근을 하던 동료는 해고 되어 더는 보이지 않았다.
매일 보기만 하면 하하 호호 자지러지게 웃던 나의 귀요미 동료는 2년을 넘게 만난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졌고, 내가 휴가에서 돌아왔을 때, 우리들의 미친 그 웃음은 더는 없었다. 여전히 만나서 웃고 있지만 뭔가 느낌이 조금은 다르다.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져서 그런 걸까? 아니면 더는 푸르른 나무와,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과, 눈이 부시게 푸르렀던 하늘에 둘러싸여 있지 않아서일까? 뭐 둘 다 영향이 있겠지.
그녀와 나는 서로 암호를 주고받는다. 점심 암호. 산책 암호.
암호를 메신저로 보내고, 확인 메시지가 오면 회사 문 앞에서 만나 가벼운 산책을 했다. 우리가 밖에 나가면 길은 텅 비어 있고, 오로지 녹색 나무와 꽃 만이 우리를 반겼다. 길 양쪽으로 집들이 자리하고 있고, 우린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는 그 길을 하하 호호 재밌다고 웃고, 소리를 지르며 산책을 시작한다. 집 창문에서 우리를 내려다볼 수 있을지언정 같이 길을 걷는 사람은 없기 때문일까? 우린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편하게 몸도 흔들거리고, 말인지, 노래 인지, 랩인지 알 수 없는 것을 흥얼거리기도 한다.
대화에 리듬을 넣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가끔은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happy, crazy, silly and piggy girl
그녀가 나를, 내가 그녀를 부르는 별명이다. 이 모든 걸 다 접고 귀요미라고 서로 부를 때가 더 많기는 하다.
회사가 주택가에서 시내로, 가정집에서 회색 직사각형 건물로 이사하고, 우리의 산책은 춥다. 건물 사이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고, 조금 걷다가 보면 공사 중인 도로들이 우리의 걸음을 더 나가게 하지 못하고 되돌리게 한다. 물론 공기도 너무 다르다. 많은 사람과 차들이 거리를 지나가고, 우린 더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던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푸른 나무와 꽃을 바라보며 웃을 수 없다. 대화에 리듬을 넣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지도 않는다. 매서운 바람에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 건물 안 휴게실에서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바뀐 우리의 산책 시간. 조용한 휴게실에서 그저 조용히 웃는 우리들...
이제 더이상 산책이 아니기에 암호를 바꾸고 싶지만 4자리의 숫자를 다시 만들고, 외우는 것이 귀찮아 그냥 오래전 산책 암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시간. 다시 그 자연으로 갈 수 없는 그리움이 함께 하는 시간.
뭐 물론 장소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녀와 내가 바뀐 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보이게 보이지 않게 많은 것을 나누고, 스스로 행복을 찾는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벽에 걸려온 전화. 이렇게 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엄마의 병세는 더 나빠지는 어이없이 속상한 타이밍.
치료를 바꾸었는데 차도가 없고, 오히려 더 다리가 붓자 병원에서는 치료를 중단했다. 예전에 수술한 곳까지 아파지면서 병원에서는 다른 검사를 요구했다.
휴가를 가기 전 내 속을 뒤집으며 스트레스를 제공했던 회사의 다른 동료는 내가 다시 출근한 지 사흘 만에 다시 내 속을 뒤집어 놓기 시작했다. '확 받아 버릴까?' 라는 생각마저 들며 금요일의 평화가 깨지고 체한 나의 위장이 문제인지 갑자기 올라온 스트레스 때문에 식도염의 재발인지 알 수 없는 타는 듯한 가슴 통증으로 다시 오는 스트레스.
자면서도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픈 거 보니 결국 식도염의 재발이 분명하다.
당분간 커피 끊어야겠다.
그래, 다시 돌아왔나 보다 일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