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 안방 문을 열었다. 아빠는 누워서 영화를 본다. 아빠의 옆구리가 허전해보인다. 나는 쑥스럼을 감추고 갔다. 아빠의 허전함을 채워주기 위해서. 연인처럼 다정하게 아빠 품에 꼬옥 들어갔다. 아빠의 숨결이 느껴진다. 아빠의 심장소리가 느껴진다. 마치 아빠와 내가 ‘하나’의 존재가 된 거 같았다.
아빠는 내가 누워있든, 말든 영화를 무심히 본다. 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아빠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삶의 무거움에 짓눌린 주름살이, 힘을 잃어버린 머릿결이 내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손으로 아빠의 배를 어루만져본다. 목표도 방향도 없는 뱃살이 내 손을 뜨겁게 만든다.
아빠 품에 누워 상상한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아빠 품에 오래오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러다가 벌떡 일어난다. 아르바이트 하러 가야지. 점심도 못먹은채로 나갔다. 아빠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 한마디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