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멋지게 차려입은 한 백인 할머니가 카운셀링 창구에서 약사를 찾습니다.
눈물 콧물이 나고 감기 증상이 있는 것 같으니 베나드릴을 달랍니다.
미국에서는 체인 약국 스토어 안쪽에 약국이 위치하며, 주로 그 앞에 OTC(일반 의약품)을 배치해놓습니다.
고객들이 직접 선택하여 구매하거나 아니면 약사에게 물어보고 추천을 받기도 합니다.
일단 할머니를 베나드릴이 있는 곳에 모시고 가서 보여줍니다.
태블렛도 있고 캅셀도 있고 시럽도 있습니다.
색소에 앨러지 있는 사람들을 위한 'dye free' (무색소)도 있습니다.
포장 단위도 다 다릅니다.
심지어 제네릭과 스토어 브랜드도 있습니다.
'우선 여기 있는 베나드릴이 다 같은 거다' 라고 일단 운을 띄우고 탭을 원하냐, 캅셀을 원하냐, 열은 없냐 등등 많은 질문을 물어볼 찰나!
할머니는 '이건 앨러지 약이야, 난 앨러지가 없어' 라며 저를 아래 위로 한번 훑어보시고는 바로 등돌리고 가십니다.
저를 아래 위로 쳐다보시는 할머니의 시선에는 '무식한 약사구만' 이라는 강한 메세지가 있었죠 ㅎㅎ
그래서 그날 전 그 할머니에게 무식한 약사가 되었습니다....
Benadryl (베나드릴) 성분은 Diphenhydramine (디펜하이드라민) 25 mg 입니다.
의약적 분류로 따지자면 항히스타민제입니다.
히스타민이 우리 몸의 세포에서 분비되면 나타나게 되는 증상들이 바로 눈물, 콧물, 코막힘, 재채기, 피부 발적 등이지요.
이 히스타민을 억제하는 것이 항히스타민제이며 베나드릴이 그 대표적인 약물이었지요. (과거형인 이유는 다음에...)
그래서 앨러지는 물론 감기 증상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 약은 수면제로 많이 찾는 OTC 수면유도제, Unisom (유니솜) 입니다.
제품 사진 가운데 성분명이 보이시지요?
역시 Diphenhydramine(디펜하이드라민) 50mg 입니다.
마찬가지로 베나드릴 2알 먹으면 잘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한 알만 먹어도 사람에 따라서 졸립니다^^
이렇게 똑같은 성분이 다른 적응증을 가지고 다른 이름으로 시장에서 마케팅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브랜드명, 포장, 설명문구보다 성분을 먼저 확인해야 겠습니다.
그 할머니도 제발 나중에라도 다른 약국에 가셔서 오해를 푸셨기를 바래봅니다^^
